![모리스 옵스펠드 UC 버클리대 경제학 명예교수.[KDI 제공]](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9/03/news-p.v1.20250903.53c8b16f78ef437b8d0c99c2c8a1e631_P1.jpg)
“미국은 언제든지 무역협상과 관련해 새로운 요구를 할 수 있다. 한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역내 연합을 확대하고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데 개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모리스 옵스펠드(Maurice Obstfeld) UC 버클리대 경제학 명예교수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한 세계 무역질서 변화 속에서 한국이 대응해야 할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옵스펠드 명예교수는 피터슨 국제경제정책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내는 등 국제경제학 분야에 영향력 있는 석학으로 꼽힌다.
옵스펠드 교수는 미국과의 관세협상에 대해 “한국의 무역협상은 앞으로도 새로운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관세 인하를 얻어내는 대신 한국이 비관세 장벽을 양보하고 미국 내 투자 약속을 한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투자액·수익 배분 등 구체적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것을 공개해 버리는 미국의 협상 스타일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협상이고 조선업 분야에서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으나, 세부사항 부재는 향후 분쟁 소지를 키운다”며 “미국은 언제든지 새로운 요구를 할 수 있다. 매달, 매 분기마다 미국이 원하는 만큼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새로운 요구를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도 지적했다. “미국은 더 이상 안보·보건·기후 등 글로벌 공공재 제공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동맹국에 대한 국방비 분담 요구, WHO 자금 지원 철수 등이 그 예”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은 아세안+3, CPTPP 등 역내 연합망을 확대하고, 일본·중국과의 경제관계를 균형 있게 관리해야 한다”며 “기존 무역관계를 강화하고,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데 개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은 플라자합의식 환율 조정 가능성과 미중 간 갈등 속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위기에 놓여 있다. 일각에서 중국과의 교역을 축소해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옵스펠드 교수는 이에 대해 “경제와 안보라는 두 상충된 과제 사이에서 마법 같은 해법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은 한국의 핵심 무역 파트너이기에 관계가 틀어질 경우 충격은 불가피하다”며 “교역까지 단절된다면 지정학적 갈등은 더 깊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한국 정부가 내놓은 8%대 지출 확대 예산안에 대해선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한국의 국가부채 수준은 양호하다”면서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재정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 속에서 한국의 이자 부담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재정 지출이 생산성 향상과 구조개혁으로 연결돼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