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금융의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RWA(Real World Asset·실물자산 토큰화)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RWA란 부동산, 채권, 미술품 등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디지털화해 금융 생태계에 편입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기존 금융이 가진 불투명성과 비효율성을 해소하고, 글로벌 자산 거래를 실시간·저비용으로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도구다. 특히 한국은 디지털 인프라, 제도 경험, 시장 역량, 지정학적 이점이 결합된 독특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 세계 RWA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첫째,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부동산 디지털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등기부등본' 제도를 통해 누구나 700원의 비용으로 소유권 변동, 거래가격, 담보권 설정, 대출금액, 소유자 정보까지 법적 효력이 있는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미국처럼 타이틀 컴퍼니를 거쳐야 하고 수백달러의 비용과 며칠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구조와는 대조적이다. 이미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부동산 데이터베이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블록체인과의 연결만으로 실물자산 토큰화를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춘 것이다.
둘째, 한국은 지난 10여년간의 정부와 민간의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 효과를 지니고 있다. 2010년대 P2P금융(현 온라인투자연계금융) 시장 확장에 실패하며 '시장실패' 사례로, 2018년 증권형 토큰(STO)은 법제화 지연과 경직된 규제로 '정부실패'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부는 제도적 허점을 파악했고, 민간 기업은 투자자 보호 장치와 기술적 한계를 검증했다. 이제 RWA 시대에는 이런 경험이 제도와 시장의 균형 발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부가 신속히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고, 민간은 검증된 사업모델로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갖춰졌다.
셋째, 한국은 글로벌 크립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업비트는 24시간 거래량 기준 세계 5위권, 빗썸 역시 한때 글로벌 3위까지 올랐다. 인구 대비 거래량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는 RWA가 가상자산과 결합할 때 한국이 빠르게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Korea Blockchain Week' 같은 국제 블록체인 행사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자리잡았고, 부산이 추진하는 'NFT BUSAN' 등 지역 단위 시도도 활발하다. 이미 한국은 글로벌 투자자와 기업이 주목하는 테스트베드이자 시장 확대의 중심에 서 있다.
넷째, 지정학적 위치와 경제적 역할도 강점이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 자본은 미국 규제를 피하기 위해 한국을 우회로로 활용하고, 미국 자본은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한국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국은 양국과 동시에 협력 가능한 중립지대이자,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갖춘 경제권으로서 글로벌 허브 역할을 하기 적합하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부동산 디지털화 인프라 △정부·민간의 시행착오 경험 △높은 크립토 시장 점유율 △지정학적 이점을 바탕으로 RWA 시장을 선도할 잠재력을 갖췄다. 이는 단순히 기술이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의 실패 경험을 자산으로 전환한 한국 특유의 학습 능력과 실행력 덕분이다.
2025년을 전후로 한국은 글로벌 RWA 생태계에서 핵심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K금융의 위상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 규제와 혁신의 균형을 조율하며 글로벌 리더십을 확립해 나갈지 주목할 만하다.
이지수 위블록 대표 felix.lee@wexcorporat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