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학교 밖(사교육 및 가정) 디지털 인프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지만, 정작 수업시간 디지털 활용은 43위에 머물러 있다. 정부 예산은 모두 기기와 인프라에 투입되면서 콘텐츠와 플랫폼은 방치됐다.”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공지능(AI)과 교육, 혼돈을 넘어 미래로: 에듀테크와 교육정책 개선'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현재 에듀테크 정책과 현황을 진단하는 동시에 향후 에듀테크 산업에 필요한 미래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임걸 건국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확대되는 에듀테크 시장에서 한국의 정책 방향의 문제점을 짚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전 세계 에듀테크의 시장 규모는 560조원 정도로 추정되며 평균 16%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보인다. 에듀테크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블루오션'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교육부 EIR(Education Innovation and Research)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한해에만 3500억원을 투입해 '교육 혁신 에듀테크 R&D' 사업을 추진했다. 중국은 공공 디지털학습 플랫폼 사업을 통해 고등, K-12, 기업교육 영역에 기업이 참여한다. 유럽연합(EU)도 장기비전을 통해 EU에서의 광범위한 '디지털교육 혁신 계획'을 추진 중이다.
반면 한국의 시장 규모는 5조4000억원 수준으로 예측되지만 에듀테크 기업의 74.6%가 연매출 10억 미만의 기업일 정도로 열악하다. 임 교수는 “교육은 투자수익률(ROI)이 빠르게 나오지 않는 영역으로 빨리 성과가 나오는 시장에 비해 정부의 관심이 낮다”며 “에듀테크 산업 시장의 특성상 적절한 형태의 견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 교수는 “AI 디지털교과서(AIDT) 정책은 이전 정부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으로 기업은 정당과 관계없이 정부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면서 “정부는 이런 상황을 악용하지 말고,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에듀플러스][AI 기반 교육·산업 대전환]④“블루오션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에듀테크 기업 속 초라한 한국…시장 열어주고, 지원 늘려야”](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9/04/news-p.v1.20250904.8f952ed5934c4a4abd2392b2b062535e_P1.png)
노중일 비상교육 글로벌컴퍼니 대표는 과거 정부 주도의 에듀테크 정책 실패를 지적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AI 시대에 걸맞은 정책을 촉구했다. 노 대표는 2011년 디지털 교과서 정책과 2025년 AIDT 정책이 실패한 공통 요인으로 정부 주도의 일방적 계획과 지침을 꼽았다. 현장의 의견 수렴을 뒤로 미룬 채 유연성과 자율성이 빠진 상황에서 산업의 자발적인 확산이 어렵다는 것이다.
노 대표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연속적으로 실패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며 “나중에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누가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향후 에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으로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학교에는 에듀테크 선택의 자율성과 예산을 부여하고, 학교에 대한 진입 장벽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노 대표는 “정부는 학교가 에듀테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시장을 열어주고, 에듀테크 기업이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 순서에서는 현실적인 정책 방향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안경진 네이버웨일 리더는 “시도교육청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담당 장학사나 주무관은 어떤 에듀테크 적합하고,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른다. 국내 에듀테크 제품에 대한 정보 유통이 잘되지 않고 있다”며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규격에 맞는 정비도 필요하다. 다만 표준성을 갖추는데 있어 일정 부분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훈 러닝스파크 대표는 “표준화 문제와 관련해 영미권은 이를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은 실증만에도 12개 기관에서 담당한다”며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집단이 스타트업으로, 스타트업을 잘 육성해야 교육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중일 대표는 “전 세계에서 교육 데이터는 구글 클래스룸에 모이고 있는데 이 현상을 손 놓고 있다면 향후 10년 뒤에는 교육 주권을 잃어버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지금 정부와 국회가 의지를 갖고 끌고 가지 않으면 10~20년 뒤 국가경쟁력이 좌지우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 측 입장으로 참석한 김현주 교육부 국장은 “국제기구의 연구에서도 나오듯 ICT 기기를 활용하면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것, 발달된 기술이 수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며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교육 발전을 위해 에듀테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한 허들을 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산업계에서도 계속 목소리를 내 달라”고 주문했다.
김재준 산업부 엔지니어링디자인과장은 “해외 에듀테크 기업의 시가총액은 엄청난 수준으로 사람의 전 주기에 맞춘 플랫폼을 구축해 교육뿐 아니라 직업 훈련과 구직까지 연결하고 있다”면서 “산업부는 국내 시장이 여의치 않다면 에듀테크 기업이 해외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에듀테크 국제 협력 플래그십 모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