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개발 확산을 위한 임상 기준 완화 목소리가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한 효능이 입증된 만큼 불필요한 절차는 간소화해 환자의 치료 선택지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임상 기준 수립 필요성도 대두됐다.

질리언 울렛 삼성바이오에피스 미국 규제정책 전략 담당(상무)은 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 2025)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을 간소화하면 품질, 안전성, 효능 측면에서 타협 없이 세계적으로 접근성과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최종 규제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연구를 생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울렛 상무가 규제 간소화를 강조한 것은 보통 신약 허가에서 요구되는 비교 임상 연구를 바이오시밀러에는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수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과 안정성을 확인해 통계적 타당성을 확보하는 비교 임상 연구가 대표적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물리화학적 안정성, 유효성을 확인했음에도, 임상 3상에서 요구하는 표본을 확보하느라 상당한 시간이 소모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회사들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용량과 효능, 안전성을 비교하는 임상 3상을 생략하고 초기 임상에서 오리지널 의약품과 약동학적 동등성 입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비교 임상 연구가 바이오시밀러 효능 입증에 꼭 필요한 절차가 아니라는 점은 영국과 유럽 등 규제당국에서 경험적으로 확인한 사항이기도 하다.
울렛 상무는 “그동안 분석에 따르면 까다로운 비교 임상 절차를 간소화하면 바이오시밀러 개발 비용을 최대 2억2000만달러(약 3000억원) 절감하고, 개발 기간은 2년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각국 규제 기관은 바이오시밀러 임상 허가 요건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4월 바이오시밀러 개발 간소화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바이오시밀러의 구조적·기능적 유효성과 약동학 데이터만으로 오리지널 의약품과 유사성 입증이 충분하다고 보고, 비교 유효성 평가 조건을 재정비했다. 2030년까지 유럽에서 69개 의약품이 특허권 상실을 앞두고 있어,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바이오시밀러 기업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슷한 시기 미국 랜드 폴 상원의원과 마이크 리 상원의원이 바이오시밀러 허가에 있어 필요한 임상시험 요건을 크게 완화하는 '바이오시밀러 신속접근법'을 발의했다. 캐나다 보건부도 올해 6월 바이오시밀러 업체가 임상 3상 시험으로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도록 요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신약 허가 수준의 임상 요건이 아니어도 충분히 안전성과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공감대가 바탕이 됐다.
허가 받은 바이오시밀러 처방률이 낮은 한국에서도 변화 필요성이 나온다. 김태권 한국특허기술진흥원 책임연구원과 강태현 특허청 화학생명심사국 서기관은 지식재산연구 저널 6월호에 국내 바이오시밀러 사용 활성화 방안으로 약가 제도 개선, 바이오시밀러의 생물학적 동등성·안전성 데이터 공개, 환자 대상 충분한 홍보 등을 제시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