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예견된 '비자 리스크', 남겨진 정부와 기업의 숙제

미국에서 벌어진 초유의 한국인 구금 사태가 해결 수순에 들어간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우리 근로자 300여 명이 불법 체류자 낙인이 찍혀 쇠사슬에 묶여 이동하는 장면은 큰 충격을 안긴 만큼 향후 대응이 중요해졌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진출 초기부터 비자 발급과 미국 입국 과정의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정부의 미흡한 대응이 대규모 구금 사태까지 이어진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반이민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트럼프 행정부 이후로도 이어진 기업의 안일한 대응에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 핵심은 전자여행허가(ESTA)나 단기 상용(B-1) 비자를 활용해 인력을 파견해 온 관행이다. 양국 정부와 기업도 이를 어느 정도 묵인하면서 관행이 수년 동안 이어져왔다.

하지만 관행이 언제까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비자 리스크'를 막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우선이다. 10년 이상 번번이 무산됐던 한국인 전문인력 취업비자(E-4) 신설이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기업들도 발빠르게 합법적인 비자 준비에 나서야 한다. 주재원 비자(L1·E2)의 준비 작업이 복잡하고 승인 절차 역시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다. 다만 필요한 엔지니어들을 보내는 것은 얼마든지 적법성이 있는 만큼 사업 계획서 등 관련성을 입증할 서류만 잘 준비된다면 어려운 일 만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원청사들도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에 구금된 인원 중 상당수는 설비 협력사 소속 직원들이다. 공기 단축을 최우선에 두면서 협력사 직원의 비자 문제까지는 세세히 살피지 못했던 측면이 크다. 2·3차 협력사들에게 피해가 전가되지 않도록 점검과 지원이 필요하다.

[ET톡] 예견된 '비자 리스크', 남겨진 정부와 기업의 숙제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