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를 중심으로 생산이 급증하고 완만한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고 최근 소비 회복세에 힘입어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제조업 가동률이 하향 정체하고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에 수출 하방 압력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표한 '9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투자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우선, 7월 전산업생산은 1.9% 증가하며 전년(1.0%) 보다 증가폭이 0.9%포인트(P) 확대됐다. 서비스업이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한 가운데 기저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생산이 20.5% 높은 증가세를 이어간 가운데, 자동차 또한 전년 동월(1.7%)에서 6.4%로 급증했고, 전자부품은 -21.4%에서 5.3%로 플러스로 전환됐다.
다만, 7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4%로 작년 연평균(72.7%)을 밑돌며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했다. KDI는 설비투자의 경우 마이너스(-5.4%)로 전환는데, 선행지표인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액 증가 폭이 축소된 점을 고려해 앞으로 조정 국면이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은 반도체가 호조세를 이어갔으나, 악화된 통상 여건에 따라 다수의 품목이 부진하면서 완만한 증가세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였다. 일평균 기준으로 반도체(32.8%)의 호조세가 이어지고 자동차(13.6%)도 양호한 모습을 보였으나,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한 품목(-3.0%)은 부진했다.
KDI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완만한 수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대 미국 수출이 감소하는 등 미국 관세인상의 영향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선제적 대응이 조정되며 향후 수출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반도체 관세 부과 여부 및 자동차 관세 인하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도 잔존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의 경우 시장금리 하락세가 지속되고 정부의 소비지원 정책이 시행되면서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7월 소매판매액은 개별소비세 인하로 승용차(12.9%)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승용차를 제외한 소매판매액이 -1.3%에서 1.3%로 플러스 전환에 성공하면서 증가폭 또한 0.3%에서 2.4%로 뛰어올랐다.
시장금리 하락세가 지속되고 2분기 국내총소득 증가율이 -0.1%에서 1.5%로 플러스 전환하는 등 소비 여건이 점차 개선되는 가운데, 7월 들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가전제품 환급사업 등 정부의 소비지원 정책이 시행되면서 소비 부진이 완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