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글로벌 휩쓴 '케데헌'…K컬처 300조 시대 첫 시험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를 휩쓸며 K콘텐츠 위상을 다시 세웠다. 정부가 'K컬처 300조 시대'를 국가 전략 목표로 내세운 가운데 글로벌 흥행 성과와 관광·소비 등 파급효과가 확인됐다. 하지만 정작 지식재산(IP)에서 파생되는 수익은 해외 플랫폼에 집중되는 구조적 한계도 드러났다.

10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투둠'에 따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 누적 시청 수는 2억9150만이다. 영화·시리즈를 통틀어 넷플릭스 역대 최다 시청 작품 자리를 공고히 했다. OST '골든'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앨범 수록곡 네 곡이 동시에 톱10에 진입해 사운드트랙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8월 미국 1700여 극장에서 열린 싱어롱 이벤트를 통해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기업 최초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미국에 상표권을 출원하고 IP를 활용한 굿즈 사업을 예고했다. 애니메이션 속편 제작뿐 아니라 실사 영화, 뮤지컬, 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IP 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추산한다.

낙수효과도 뚜렷하다. 10일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Korean Food' 검색량은 6월 20일 케데헌 공개 직후 급등해 8월 17일 최고치(100)에 도달했으며, 이후에도 높은 관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작품 속 라면·김밥 등 한식 장면이 해외 소비자 관심을 꾸준히 자극하며 단순 시청을 넘어 문화 확산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최근 넷플릭스가 실시한 글로벌 설문조사에서도 K콘텐츠 시청자의 한국 방문 의향은 72%로, 비시청자(37%) 대비 두 배에 달했다.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은 개관 이래 처음으로 연간 500만명 돌파가 예상된다.

이 같은 글로벌 성과와 문화적 파급에도 불구하고, 정작 산업적 기반에서는 한국의 취약한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IP 시장 상위 50 기업 명단에 한국은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미국은 디즈니(미키마우스), 해즈브로(트랜스포머), 워너브러더스(배트맨) 등 32개, 일본은 산리오(헬로키티) 등 7개가 포함됐지만 한국은 전무했다. 보고서는 그 이유로 원천 IP 부족, 활용 전략 미흡, 투자 여력 부족을 꼽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으로 김밥·후드티·남산타워·무속신앙까지 인기를 끌었지만 실제 수익은 해외 플랫폼과 제작사가 가져가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연구를 수행한 강경남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식재산권 수출 상위 20개국의 최근 25개년 데이터를 분석해 “지식재산권 사용료 수출이 10% 늘면 GDP가 0.4% 상승한다”는 경험적 결과를 제시했다. 해외기업이 국내 특허를 도입할 때 국산 부품과 장비를 함께 수입하는 경우가 많아 지재권 수출은 상품 수출에도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지재권이 관세 장벽을 피해가면서도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으로 종합 선물세트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삼일PwC경영연구원도 맥을 같이하는 진단을 내놨다. 'K콘텐츠에서 G콘텐츠로' 보고서는 “국내 드라마 제작비가 최근 5년 새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제작사들은 제작비 회수에 그칠 뿐 IP 권리를 확보하지 못해 안정적 수익모델을 만들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 구조에서는 제작사가 단기적으로는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지만, IP 권리를 갖지 못해 장기적 수익모델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러한 흐름을 발판으로 'K컬처 300조 시대'를 국가 전략 과제로 명시했다. 단순히 수출 실적에 그치지 않고 IP를 중심으로 산업 전반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해외로의 소비재 판매 가능성을 고민하고, 상품과 콘텐츠의 동반 진출 가능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수익화 경험의 확장으로 나가야 한다”며 “강한 국내 생태계 없이는 항상 IP 확보에서 불리한 게임을 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이를 고려한 국내 생태계 건강성 확보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