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2일 “장기적으로 미 국내법 개정을 통해 한국인 비자 쿼터를 만들거나 새 비자를 만드는 것을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미국 이민 당국에 의해 구금됐다 풀려난 사건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참에 한국 인력이 합법적으로 일할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며 이같이 말했다.
위 실장은 이번 사안의 해결 방안을 두고는 당장은 한국인 직원이 발급받는 B1비자와 전자여행허가(ESTA)와 관련한 미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확인해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기적으로는 비자 발급 기간의 단축, 발급 거부 감축, 소규모 협력사 비자 범주의 확대 등 현행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미국 법 개정을 통한 비자 신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지시 중 '한미 간에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게 비자 제도를 어떻게 해 보라'는 지침이 있던 건 분명하다”며 “그에 따라 워킹그룹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고 미국 측의 반응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워킹그룹 신설을 위한 실무협의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과거 미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한 '한국 동반자법'(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E-4 비자 쿼터 신설)과 관련해서는 이번 일로 우리의 주장이 한층 설득력 있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했다.
위 실장은 관세, 원자력 협정 등 한미 간 주요 협상 현안과 관련해서도 현 상황을 전했다.
위 실장은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과 관련해선 “(한미 간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다. 큰 틀의 합의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부적으로는 협의할 내용이 있을 수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한국이 더 많은 농축 재처리에 대한 운신의 폭을 갖는 것에 서로 간 양해가 있다”고 소개했다.
원자력협정 협의가 관세 협상으로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원자력 협정은 안보 패키지 내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관세 협상과 '바터(교환)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한미 관세·무역 협상과 관련해 “유연함은 없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합리성이나 공정성을 벗어난 협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협상은 이제 '뉴노멀 시대'를 맞았다. 매번 그 기준이 달라지고 끊임없이 협상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관세·안보 협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정부가 하나하나의 사안에 대해 답하는 것은 협상에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위 실장도 이를 두고 “미국은 서두르려는 기류가 있지만 우리는 여러 세부 사항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서두를 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