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K뷰티, 클린뷰티 2.0 내재화…글로벌 진출 발판으로](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9/16/article_16171239710774.jpg)
![[이슈플러스]K뷰티, 클린뷰티 2.0 내재화…글로벌 진출 발판으로](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9/16/news-p.v1.20250916.30d62e234db54ff3a5c6727d7e43dd3d_P1.png)
K뷰티가 '클린뷰티 2.0'이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유해 성분을 배제하는 수준을 넘어, 원료 조달·생산 공정·포장재·유통까지 전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내재화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ESG 규제가 강화되고 가치 소비가 확산되는 흐름에 발맞춘 움직임이다. 특히 서스테이너블랩, 리본코리아, 널리코리아, 앙티브 등 신생 기업들이 ESG를 핵심 컨셉으로 잡아 지속가능한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업사이클링·고체화·재생 패키징…K클린뷰티의 다양한 해법
K뷰티 브랜드는 '클린뷰티 2.0'의 핵심 과제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각 사가 선택한 전략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화장품 산업의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한 방향으로 수렴한다.
'기분좋음' 브랜드를 운영하는 리본코리아는 버려지는 자원을 새 제품으로 되살리는 '업사이클링' 전략을 앞세운다. 친환경 포장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여 자원과 소비 과정에서 버려지는 자원을 화장품 원료와 패키지에 다시 활용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제품 하나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탄소를 얼마나 줄이고 자원을 어떻게 순환시켰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지속가능성을 기업 정체성의 중심에 놓고 있다.
서스테이너블랩은 '클린 성분'에 머무르지 않고, 소재·포맷·회수 루프까지 아우르는 지속가능 K-뷰티 360 전략을 추진한다. 브랜드 이든(Idden)은 샴푸, 바디워시, 클렌저, 치약, 칫솔 등 어메니티를 고체화·리필화해 포장재와 물 사용량을 줄이고, 원료 단계에서부터 업사이클링을 실현한다. 대표 제품 얼스 바(Earth Bar)는 맥주 양조 부산물에서 추출한 비건 단백질을 활용하고, 사과즙 부산물은 농가와 협력해 슬로우 뷰티 원료로 재탄생시켰다.
아울러 농·임업 부산물을 활용한 생물학적 탄소 포집·활용·저장(BIO-CCUS) 기반 지구친화적 소재 '테라핀(Terrafin)'을 개발했다. 커피박, 과일껍질, 재선충 피해목재를 펠렛화해 화분, 테이블웨어, 리필용기 등으로 전환하며 석유계 플라스틱을 대체한다. 회사는 현재 뷰티 용기 적용을 준비 중이다. 테라핀은 포장뿐 아니라 화장품 용기 자체의 소재 전환도 가능해, 클린뷰티 업계에 새로운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널리코리아는 제품 생산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는 '클린뷰티 2.0'을 실천하고 있다. 국내 원료를 우선 사용하고,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해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이는 동시에 최소한의 공정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화학 성분은 최소화하고, 천연 유래 성분을 90% 이상 배합하며, 주의 성분과 합성향료는 배제한다. 모든 전성분은 동물실험 없이 검증됐으며,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제품 용기는 재생 유리와 100% 재생 플라스틱(PCR)을 사용하고, 종이·수분리 라벨을 적용해 소비자가 손쉽게 분리배출하도록 설계했다. 단상자는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 인증을 받은 비목재 소재를 사용하고 콩기름 잉크로 인쇄한다. 배송 과정에서도 종이 완충재와 무접착 택배박스, 종이테이프를 활용해 환경 부담을 줄인다.
비건 뷰티 브랜드 허스텔러를 운영하는 앙티브는 '피부에 안전하고 환경에도 무해한 제품'을 기본 원칙으로 클린 뷰티를 실천하고 있다. 유해 논란 성분을 배제하고 캐나다 써트클린 인증을 완료했으며, 프랑스 이브비건과 크루얼티 프리 인증을 받은 비건 성분만을 100% 도입했다.
제품은 멀티유즈·포터블 콘셉트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구조를 지향하며, 패키징 측면에서는 리필, 재활용, 플라스틱 절감 디자인을 확대하고 있다. 모든 튜브는 PIR(Post Industrial Recycled)를 사용하고 플라스틱은 PCR을 활용해 재활용 부자재의 선순환을 실천하며, 립밤은 전량 폴리프로필렌(ALL PP) 단일소재로 변경해 분리수거를 용이하게 했고, 앞으로는 리필 가능한 디자인을 적용할 계획이다.
◇숫자로 증명하는 지속가능성
클린뷰티 2.0의 핵심은 '얼마나 친환경적인가'를 말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절감한 탄소량과 재활용한 자원의 양을 수치로 입증하는 데 있다. 소비자는 이제 브랜드의 선언이 아니라 숫자를 요구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를 통해 신뢰를 확보한다.
리본코리아는 업사이클링 공정을 통해 연간 약 5톤의 탄소 배출을 줄였다. '기분좋음' 핸드워시 리미티드 에디션 001은 제품 1개당 454g의 탄소 저감 효과를 냈다. 이는 잣나무 1.7그루를 심는 효과와 동일하다. 최근 출시된 주방세제는 1개당 539g의 탄소 저감 효과를 보여, 5000개 생산 시 잣나무 1만 그루에 해당하는 환경 효과를 만들어낸다.
서스테이너블랩은 이든의 고체·리필 포맷은 액상·1회용 대비 포장 중량을 최대 90% 줄이고, 운송 과정에서 탄소 배출도 약 60% 절감한다. 테라핀 소재는 1kg 사용 시 0.949kg CO₂ 저장 효과가 검증돼, 포장재 전환만으로도 탄소 저감과 석유계 플라스틱 사용 감소에 기여한다.
널리코리아는 국내 원료와 못난이 농산물 활용으로 운송 탄소를 2~5배 절감하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1톤당 약 2.5톤 CO₂eq 줄인다. 고체·비건 포뮬러와 동물실험 배제로 연간 1억 마리 이상의 동물 희생을 방지하며, 재생 유리와 PCR 플라스틱 사용으로 생산 에너지와 CO₂ 배출을 최대 30~70% 절감한다. FSC 인증 단상자와 친환경 배송 자재 적용으로 산림 보호와 재활용 효율 향상도 기대된다.
앙티브는 리필형 패키지 전환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40~60% 절감하고 있으며 멀티유즈 제품 활용으로 1인당 연간 1~2개의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이고 있다.PIR 튜브를 통해 신규 플라스틱 대비 탄소 배출을 20~30% 절감하고, PCR플라스틱을 적용한 제품 1만 개 생산 시에는 신규 플라스틱 약 200~300kg 절감 효과를 기대했다.
◇글로벌 진출과 클린뷰티, 선택이 아닌 필수
K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에서 클린뷰티는 이제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시장 진입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빛나 앙티브 대표는 “유럽은 에코디자인 규정, 재활용 안전성 가이드라인 등 제도가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북미는 소비자 차원에서 '지속가능성·ESG'를 전제 조건으로 브랜드를 선택한다”며 “클린뷰티와 ESG는 이미 글로벌 브랜드의 기본 언어가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본 로프트(LOFT)·플라자(PLAZA) 등 주요 리테일 채널은 친환경·비건 뷰티를 기본 카테고리로 운영하며, 입점 과정에서 관련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는 클린뷰티가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신뢰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임을 보여준다.
양유주 널리코리아 대표는 “유럽은 2040년까지 재생 플라스틱 50% 의무 사용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과 동남아 시장에서도 지속가능성·ESG를 브랜드 선택 기준으로 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단순히 친환경 성분만을 강조하는 수준을 넘어, 원료·패키지·배송 전 과정의 지속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서선미 서스테이너블랩 대표는 “글로벌 화장품 패키징 시장은 2024년 약 36.36B 달러(52조7220억원) 규모에서 2034년 59.8B 달러(86조71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라며 “한국 시장 역시 2025년 2.59B달러(3조7555억원)에서 2034년 3.53B달러(5조1185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들은 클린뷰티를 글로벌 시장을 위한 전략으로만 보지 않는다. 윤종원 리본코리아 대표는 “업사이클링 시스템과 비즈니스 모델을 한국에서 검증한 뒤, 일본, 중국, 유럽 등 화장품 제조산업이 발달한 국가에 지사를 설립해 폐기물 없는 생산 구조를 전파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세계 화장품 산업의 근본적 폐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장기적 비전과 연결된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