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홈앤쇼핑에 로켓배송 개방…3자 물류 시동

(왼쪽에서 두번째부터) 문재수 홈앤쇼핑 대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박대준 쿠팡 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물류 협업식에서 테이프 컷팅식에 참여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번째부터) 문재수 홈앤쇼핑 대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박대준 쿠팡 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물류 협업식에서 테이프 컷팅식에 참여하고 있다.

쿠팡이 자사 '로켓배송' 네트워크에 타사 물량을 싣어 나른다. 자체 빠른 배송 서비스를 외부 상품에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사 물량 만으로 택배업계 1위로 올라선 쿠팡이 본격적인 3자 물류(3PL)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팡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물류협업 출범식'에 참여했다고 16일 밝혔다. 행사는 지난해 10월 체결한 쿠팡-중기중앙회-홈앤쇼핑 업무 협약의 후속 조치다. 현장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문재수 홈앤쇼핑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업은 홈앤쇼핑에 입점한 중소기업 제품에 쿠팡 로켓배송 물류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쿠팡이 타 유통사 물량에 로켓배송 인프라를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은 올해 9월부터 시범 사업을 시작해 성과 분석과 입점 기업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시범사업 참여 기업은 홈앤쇼핑이 선정한다. 홈앤쇼핑에 입점한 우수 중소기업 제품 중 빠른 배송이 필요한 △건강 △뷰티 △식품 5개사를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선정된 5개사 제품은 앞으로 홈앤쇼핑에서 주문하면 쿠팡이 배송한다. 홈앤쇼핑 군포센터에서 쿠팡 간선 차량을 통해 물량을 발송하면 쿠팡 동탄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받아 상품을 분류해 지역별 터미널로 발송한다. 기존에 2~3일 걸리던 배송 기간은 로켓배송 기준에 맞춰 하루로 단축될 전망이다.

양 사는 내년부터 참여 기업과 품목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홈앤쇼핑은 연간 배송물량의 절반 정도인 1500만 개 정도를 로켓배송을 통해 배송하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을 통해 쿠팡은 대·중소기업 간 상생 모델 구축, 홈앤쇼핑은 배송 경쟁력 제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3PL 사업 확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쿠팡은 그간 자체 직매입 물량과 오픈마켓 입점 셀러(로켓그로스) 물량에만 로켓배송 서비스를 적용해왔다. 홈앤쇼핑을 기점으로 홈쇼핑·가전양판 등 주요 유통 채널과 협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3PL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배송 기반은 이미 갖춘 상태다. 자사 플랫폼 판매 물량 만으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지난해 매출 기준 택배업계 1위에 올랐다. 지난 5월을 기점으로 국내 '물류창고업' 등록 창고 수에서도 1위에 오르는 등 인프라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쿠팡은 오는 2027년 로켓배송 권역 전국 확대를 목표로 3조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풀필먼트 인프라와 시설, 기술 관련 투자 규모는 작년 동기 대비 두 배 늘어난 약 5억3800만달러(약 7559억원)에 달한다.

박대준 쿠팡 대표는 “중소기업중앙회, 홈앤쇼핑과 함께 중소기업의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업을 시작하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