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와이어로프 안전성을 정밀 진단할 수 있는 비파괴검사장치 '로프 닥터'(Rope Dr.)를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설비 안전성 및 수명 평가 전문 기업 피레타에 기술이전을 마쳤다. 특허 1건, 설계도, 로프 닥터 운영 프로그램 등이 이전에 포함됐고 피레타는 이를 바탕으로 해양 항만 크레인 비파괴검사 시장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와이어로프는 스키장 리프트, 엘리베이터, 해양 항만 크레인 등에 쓰인다. 얇은 수십 가닥 강선으로 이뤄져 장기간 운용 시 결함이 발생할 수 있다. 주기적인 안전 검사가 의무다.
지금까지는 자속누설탐상(MFL) 기법으로 해외 장비에 의존해 왔다. 강한 자석으로 와이어로프가 자력을 띠게 한 뒤, 내부 단선·균열에서 새어 나오는 자기장을 감지하는 식인데 도입·유지보수에 비용·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에 국산 장비 개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강토 재료안전기술연구부 박사팀이 로프 닥터를 개발했다. 기존 MFL 기법을 활용하되, 최적화된 장비 경량화 설계로 무게를 30% 이상 줄였다. 또 국내 최초로 자기장 감지 센서를 자체 설계·제작해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로프 닥터는 강선 1가닥(전체 로프 단면적의 0.5% 수준)만 손상돼도 결함을 검출할 수 있다. 해외 장비와 동등한 성능이다.
장비 가격·유지보수 비용은 절반 이하로 줄이고, 고용량 배터리와 와이파이(WiFi) 데이터 전송 기능을 갖춰 현장 활용성을 높였다.
더욱이 기존 와이어로프에 추가 설치만 하면 로프가 순환하면서 내·외부 결함을 실시간 검사할 수 있다. 중대재해 위험이 큰 현장에 적용할 수 있어, 시설 안전성과 검사 신뢰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2022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로봇산업기술개발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고, 연구팀은 오는 한국구조물진단유지관리공학회 가을 학술발표회와 한국비파괴검사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로프 닥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동진 원자력연 재료안전기술연구부장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 및 운영 시 사용되는 크레인 와이어로프 결함 검사에도 활용이 기대돼 향후 발전소 안전성 향상에 큰 기여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