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화학연 연구진, 동시 유전자 '온·오프' 가능케 했다...합성생물학 발전 기여

한국 연구진이 기존에 세포 속 유전자를 '끄는 기능'에 치중됐던 한계를 넘어, 켜고 끄는 것을 동시 구현할 수 있는 혁신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합성생물학 기반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성과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이주영 공학생물학대학원(생명과학과 겸임) 교수와 노명현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영국) 박사 공동연구팀이 대장균에서 원하는 유전자를 동시에 켜고 끄는 것이 가능한 새로운 이중모드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합성생물학 핵심은 생명체 유전자 회로를 프로그래밍하듯 설계해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특정 유전자는 활성화하고 다른 유전자는 억제해 대사경로를 최적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며, 연구팀의 이중모드 유전자 가위가 이런 정밀 유전자 조절 핵심 도구다.

이중모드 CRISPR 유전자 가위 시스템의 작동 원리와 다중 유전자 동시 조절 모식도
이중모드 CRISPR 유전자 가위 시스템의 작동 원리와 다중 유전자 동시 조절 모식도

기존 유전자 가위(CRISPR)는 주로 끄기(억제) 기능에 특화됐지만, 반대로 유전자를 켜는 기능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이 한계를 극복하고자 표적을 확장해 더 많은 유전자에 접근 가능하도록 하고, 대장균 단백질을 활용해 유전자 활성화 성능을 대폭 향상했다.

개발 시스템 성능 검증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켜는 실험에서는 최대 4.9배까지 발현량이 증가했고, 끄는 실험에서는 83%까지 억제할 수 있었다. 더욱이 서로 다른 두 개 유전자를 동시 조절할 수 있다. 한 유전자는 8.6배 활성화하면서 동시에 다른 유전자는 90%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항암효과가 있는 보라색 색소인 '바이올라세인' 생산량 늘리기에 도전했다. 단백질 생산을 도와주는 'rluC' 유전자를 켜면 2.9배, 세포를 분열하고 나누어지도록 하는 'ftsA' 유전자를 끄면 3.0배 생산량이 늘어났다. 두 유전자를 동시에 조절했을 때는 더욱 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 무려 3.7배 생산량 증가를 달성했다.

노명현 박사는 “박테리아에서도 정밀한 유전자 활성화가 가능해졌다”며 “합성생물학 기반 바이오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교수는 “이번 기술은 다른 박테리아 종에서도 작동이 확인돼, 바이오 의약품·화학물질·연료 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수영 KAIST 생명과학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이 제 1저자인 이번 연구 결과는 분자생물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Nucleic Acids Research'에 지난 8월 21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