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에 진심' 현대차 로봇·UAM 배터리도 직접 설계

자체 개발 '열폭주 방지' 적용
주행거리·화재 안정성 차별화
시험생산·성능검증 역량 확보

현대차·기아 서울 양재동 본사.
현대차·기아 서울 양재동 본사.

현대자동차가 배터리 기술 내재화 범위를 넓힌다. 향후 자사 전기차 뿐만 아니라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등에 탑재되는 모든 배터리를 직접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셀 뿐만 아니라 배터리 소재 개발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22일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는 최근 업계에 전기차를 포함해 로봇, UAM 등에 탑재되는 모든 배터리를 직접 설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사용량이 점점 많아지는 데다, 똑같은 배터리라도 얼마나 최적화된 설계를 하느냐에 따라 주행거리와 화재 안정성 등에서 차이가 날 수 있는 만큼 직접 설계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부터 로봇, UAM까지 배터리가 핵심적인 부품인데 단순 구매 사용으로는 최적화가 어렵기 때문에 설계 단계부터 전반적으로 관여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전기차 화재 사고가 한번이라도 발생하면 사업에 치명적인 만큼 자체 개발한 열폭주 방지 기술 등을 적용하고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배터리 운영 전반을 최적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소재 개발에도 직접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재 공급사를 선정하는 것은 물론 최적의 소재 조성에도 참여 중이다.

특히 양극재를 통한 배터리 성능 개선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만큼 최적의 음극 소재 구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원소재 개발사들과도 활발히 협업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가 배터리 자체 설계 역량을 갖추는 이유는 배터리가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직접 양산하지 않더라도 배터리 설계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자사 전기차에 최적화된 배터리를 적용할 수 있고 원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동시에 배터리 제조사와 가격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현대차는 개발된 셀을 직접 시험 생산할 수 있는 자체 생산라인도 확보한 상황이다. 회사는 경기도 안성 모빌리티알파라인안성센터(MAAC)에 자체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2027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초기 생산능력은 연간 2기가와트시(GWh) 수준으로 배터리 전문 업체들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다. 생산할 수 있는 제품(폼팩터)도 아직 파우치에 국한돼 다양하지 않다. 하지만 배터리 설계부터 시험 생산, 성능 검증까지 직접 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행보는 배터리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배터리 설계를 직접하되 생산만 맡기는 형태 협력이 늘어나면 배터리 업계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 이미 현대차는 2023년 출시된 5세대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에 자체 설계한 배터리를 처음 적용한 바 있다. 배터리 양산은 SK온과 협력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