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미 무역협상 요구 수용하면 “외환위기”...'탄핵'이어 연이어 발언 수위 높여

환송 인사들과 악수하는 이재명 대통령     (성남=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유엔총회 참석차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환송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2025.9.22     superdoo82@yna.co.kr (끝)
환송 인사들과 악수하는 이재명 대통령 (성남=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유엔총회 참석차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환송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2025.9.22 superdoo82@yna.co.kr (끝)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과 관련해 상대가 요구하는 3500억 달러 직접 투자안을 수용할 경우 외환위기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이런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하면 “탄핵당했을 것”이라고 한 데 이어 연이어 높은 수위의 발언을 꺼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공개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무제한 통화스와프 등의 조치 없이 미국 측 요구대로 3500억 달러를 투자하면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와 맞먹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19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말 관세 협상을 큰 틀에서 합의했다. 우리나라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하는 대신, 미국은 한국에 부과하기로 한 25%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다. 그러나 세부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3500억 달러의 직접 투자를 요구하면서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투자 집행에 대한 이견' 으로 양국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실제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한국이 미일 무역 합의안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해 투자 대상 선정 권한을 미국에 넘기고 수익을 미국이 90%, 일본이 10%로 나누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일본과 한국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는 일본이 한국의 두 배가 넘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으며, 엔화는 기축통화로 인정받고 있고 미일 양국은 무제한 통화스와프도 맺은 상황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협상을 철회할 의향이 있느냐는 로이터 질문에 “혈맹 사이에서 최소한의 합리성은 유지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무역 협상과 관련해 미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8일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대미 무역 협상과 관련해 “미국 협상팀에 합리적인 대안을 요청했다”며 “(미국 측의 요구) 그대로 합의했다면 탄핵당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21일에는 국방 현대화·전문화를 통한 '스마트 강군'을 강조하며 자주국방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외국 군대가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일각의 굴종적 사고(가 문제)”라며 “우리는 외부의 군사 충돌에 휘말려도 안 되고 우리의 안보가 위협받아서도 안 된다”고 역설했다.

미국을 염두에 둔 연이은 발언은 교착 상태인 협상 국면을 타개하려면 미국 측이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의중을 드러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