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못 빼 유니폼 꽉 끼면 해고”… 에미레이트항공 전직 승무원의 폭로

에미레이트항공 승무원. 사진=에미레이트항공 유튜브
에미레이트항공 승무원. 사진=에미레이트항공 유튜브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둔 에미레이트항공이 승무원들에게 외모와 체중을 엄격히 관리하도록 요구했다는 전직 직원의 폭로가 나왔다. 항공사 내부에는 이른바 '체중 감시원'이 존재했으며, 몸무게가 늘면 비행 투입이 제한되고 정해진 기간 안에 감량하지 못하면 해고까지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만 50세가 되면 사실상 퇴직을 강요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21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약 6년 동안 에미레이트항공에서 관리직으로 근무했던 전 직원 A(38)씨는 “승무원이 유니폼이 끼어 보이면 곧바로 '체중 관리 프로그램'에 등록됐다”며 “정해진 기한 안에 몸무게를 줄이지 못하면 결국 해고로 이어졌다”고 폭로했다.

A씨는 또 모든 승무원이 동일한 색상의 립스틱을 사용해야 했고, 비행 전 외모 점검에서 매니큐어 색상과 구두 상태까지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관리자는 유니폼이 몸에 맞지 않는 직원이 있으면 보고할 의무까지 있었다고 한다.

체중 관리 대상이 된 승무원은 영양사와 상담 후 식단 지침을 받아야 했으며, 목표 체중에 도달하지 못하면 일정에서 제외되거나 일자리를 잃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직원들은 건강에 해로운 방식으로 급격히 살을 빼야 했다고 전했다.

A씨는 “비행을 너무 좋아한 한 여성 승무원은 요요현상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 프로그램에 참여해 빠르게 체중을 감량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에는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였지만, 회사를 그만둔 뒤에야 얼마나 비정상적인 제도였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전직 승무원 마야 두카릭(38)도 “항공사에는 '체중 경찰'(weight police)이 있었다”며 “공항에서 승무원을 붙잡고 '속도를 줄여야겠다'는 식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50세가 되면 사실상 은퇴를 종용받았다”고 증언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오랫동안 '젊고 날씬하며 매력적인 인재를 채용한다'는 이미지를 유지해왔다는 평판이 있었다.

한편 팀 클라크 에미레이트항공 사장은 “나이 들거나 외모가 떨어지는 사람은 채용에서 배제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브랜드를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자질, 즉 공감 능력·협력 정신·압박 속에서 일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찾는다”며 “그 과정에서 우연히 외모까지 뛰어나다면 좋은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직원의 웰빙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며 내부 정책이나 개별 사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