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국회 본회의에서 충돌했다. 25일 본회의를 앞두고 양당 원내대표가 법안 상정을 두고 협상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합의되지 않은 법안부터 처리하자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이 거부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조직법과 관련된 4개 법안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가 남아 있다. 충분히 논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도 이를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하려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강한 반대 의사를 국민께 보여드리기 위해 4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하기로 의원들의 총의가 모였다”고 밝혔다.

이날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상장하자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하며 박수민 의원을 시작으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6시30분 문진석 의원 외 166명이 필리버스터 종결동의서를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라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하면 24시간 후 종결 표결이 가능하고,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할 경우 필리버스터는 종료된다.
민주당과 정의당,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은 법안 종결 요건인 180석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 법안 처리를 하루 지연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필리버스터가 종료되면 곧바로 표결에 부쳐진다.
국민의힘은 정부조직법에 이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국회법 개정안, 국회 위원 정수 규칙 개정안 등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기소 기능을 분리해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를 대신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설치하고 환경부에 기후·에너지 기능을 추가하는 등 부처 권한과 역할을 대폭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애초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 등 경제 부처 구조 개편도 포함됐으나, 여야 대치 속에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가 이날 오전 해당 내용을 일단 제외하기로 했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4개 법안과 함께 국회 증인감정법 개정안, 60여 건의 비쟁점 법안,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안건까지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쟁점 법안뿐 아니라 비쟁점 법안까지 모두 필리버스터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하자, 민주당이 정부조직법 등 필수 법안만 우선 처리하기로 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비쟁점 법안은 이미 합의된 사안인데, 국민의힘이 73건 전체에 필리버스터를 걸겠다고 하니 부득이하게 상정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합의된 법안까지 가로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도 “국민의힘은 합의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무한정 반대만 하고 있다”며 “무한 반대에는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