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광 칼럼] 세계 3위 거래소 업비트 빅딜이 의미하는 네이버-두나무의 스테이블 코인 합종연횡

[김호광 칼럼] 세계 3위 거래소 업비트 빅딜이 의미하는 네이버-두나무의 스테이블 코인 합종연횡

국내 1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네이버와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역사적인 '핀테크 빅딜'을 추진 중이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네이버파이낸셜의 완전한 자회사로 두나무가 편입되는 구조로, 포괄적 주식교환이 완료되면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이번 협업 논의는 단순한 인수합병을 넘어 한국의 웹3 금융생태계와 AI 주도 성장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1. 전략적 제휴의 파장: ICT 거인과 가상자산 플랫폼의 만남



이번 빅딜은 글로벌 핀테크 시장의 판도 재편을 목표로 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미 연간 80조원의 결제규모를 확보한 국내 대표 핀테크 기업으로, 두나무와의 결합을 통해 페이팔, 스트라이프, 코인베이스 등 글로벌 핀테크 기업과의 경쟁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미국 기업이 구축한 기존 글로벌 금융인프라를 대체하겠다는 포부까지 내놓고 있어 향후 글로벌 금융 인프라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2. 상호 보완적 시너지-왜 지금 네이버와 두나무인가

2-1 전략적 보완점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은 상호 보완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합이다. 네이버는 그동안 부족했던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분야의 기술과 인프라를 단숨에 확보하게 된다. 반면 두나무는 네이버의 방대한 사용자 기반과 결제 인프라,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기존의 범용성 부족 문제를 극복하고 제도권 금융 안에서 웹3 금융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네이버와 두나무는 각각 독보적인 역량을 보유하며, 이번 협력을 통해 상호 보완적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네이버는 연간 80조원에 달하는 방대한 결제 규모와 3,000만 명에 이르는 사용자 데이터, 그리고 선진적인 AI 기술을 주요 강점으로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분야에 진출하여 금융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금융과 가상자산의 분리'(금가 金假 분리) 원칙에 따른 규제로 인해 가상자산을 직접 보유하거나 관련 업체와의 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한계점이다.

한편, 두나무는 세계 3위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며 쌓아온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거래 데이터를 핵심 역량으로 삼고 있다. 네이버와의 협력으로 네이버의 광범위한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 기반을 대폭 확대하고, 제도권 금융과의 연계를 강화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두나무 단독으로는 서비스의 범용성이 부족하고, 엄격한 금융 규제로 인해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결국, 두 기업의 협력은 네이버의 '규모와 데이터'와 두나무의 '기술과 특화된 노하우'라는 상호 보완적 역량을 결합함으로써 각자의 한계를 동시에 해소하고, 한국 핀테크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2-2 사업 확장 가능성

네이버는 두나무와의 협업을 통해 기존 메신저 플랫폼이나 네이버웹툰, 크림(KREAM) 등 C2C(개인간 거래) 플랫폼에 웹3 금융생태계를 적용해 글로벌 진출을 확대할 수 있다. 또한 1조7000억원 규모의 두나무 매출을 기반으로 네이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아울러 네이버페이와 업비트가 네이버의 AI기술을 활용해 기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신규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 스테이블코인, 결제 혁신과 글로벌 경쟁의 핵심 축

3-1 전략적 의의

이번 기업결합의 중심에는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 혁신이 놓여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서비스나 국가간 제약이 없어 비자, 마스터와 같은 신용카드 결제망과 은행 해외송금망인 스위프트(SWIFT)를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 7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서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네이버의 경우 기존에 가상자산 시장에 소극적이었지만, 한국 내 방대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단숨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강자로 부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특히 네이버파이낸셜이 보유한 3000만명에 이르는 사용자의 검색, 쇼핑, 결제, 주소 등의 데이터와 두나무의 가상자산 거래 데이터가 결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전망이다.

3-2 현실적 장벽

그러나 현재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유통에 대한 법적 근거는 전무한 상태다. 현행법상으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명확한 지위가 규정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금가분리'(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분리) 규제에 따라 현재 금융회사는 가상자산 직접 보유나 관련 업체와의 협업이 금지되어 있다. 또한 법인의 가상자산거래소 이용도 사실상 막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자금융업(네이버파이낸셜)과 가상자산사업자(두나무)의 결합은 전례와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4. 규제와 지배구조, 넘어야 할 산

4-1 규제 장벽

네이버와 두나무의 기업결합이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다. 최근 공정위는 알리바바와 신세계그룹(G마켓)의 합작법인 설립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단순 시장 점유율이 아닌 '데이터 결합'으로 인한 경쟁제한 효과를 핵심 쟁점으로 다뤘다. 공정위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기업결합 심사에서도 유사한 잣대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보유한 사용자 3000만명의 검색 쇼핑 결제 주소 등의 데이터와 두나무의 가상자산 거래 데이터가 결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쏠림 현상과 진입장벽 강화를 살펴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관문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현재 '금가분리' 규제에 따라 금융회사는 가상자산 직접 보유나 관련 업체와의 협업이 금지되어 있어, 이번 거래가 금융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우리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을 '구한말 쇄국정책'에 비유하며 답답함을 토로한 업계 고위 관계자의 한탄은 이러한 규제 장벽에 대한 업계의 불만을 대변한다.

4-2 지배구조와 주도권 문제

이번 빅딜은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서로 주식을 맞바꿔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가 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비상장 기업인 만큼 양측의 기업 가치 산정에 따라 합병 비율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업가치를 약 3조~7조원, 두나무는 약 12조~15조원으로 평가한다.

이러한 가치 평가를 바탕으로 할 경우, 현재 두나무 최대 주주인 송치형 두나무 회장(25.53%)이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이자 네이버 2대 주주가 될 수 있다. 이번 합병이 완료되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완전 자회사가 되지만, 네이버파이낸셜에 대한 지배력은 송 회장이 쥐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투자은행(IB) 업계 일각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네이버가 합병해 송 회장이 네이버의 주요 리더급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네이버의 지배구조 측면에서 이해진 의장의 복귀도 주목할 만하다. 이해진 의장은 2017년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2025년 4월 기준으로 네이버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네이버 지분 1.01%를 추가 취득하면서 8년 만에 이사회에 복귀했다. 그의 복귀 배경에는 미국 빅테크 기업과의 AI 기술 격차, 중국의 딥시크 출시 등 국내 소버린 AI 플랫폼 기업에 대한 위기 의식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지배구조 변화는 향후 네이버와 두나무의 통합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5. 업계 파장과 글로벌 트렌드

5-1 국내 업계의 대응

네이버-두나무 빅딜은 국내 가상자산 및 핀테크 업계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빗썸, 코인원 등 다른 주요 거래소들도 생존을 위한 대형 합종연횡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카카오페이를 가진 카카오 역시 가상자산 시장 M&A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톡이라는 1등 메신저와 가상화폐 거래소의 합병은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5-2 글로벌 트렌드와의 비교

네이버-두나무의 빅딜은 글로벌 트렌드와 맥을 같이한다. 미국의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도 디지털자산과 토큰화 주식을 통해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의 융합을 추진하고 있다. 로빈후드의 CEO 블라드 테네프는 “디지털자산는 투기적 자산 그 이상”이라며 “이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근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로빈후드는 자체 블록체인인 “로빈후드 체인”을 개발하여 실물 자산에 최적화된 안전하고 효율적인 인프라를 제공하고자 한다. 또한 유럽에서 토큰화 주식을 도입할 계획도 발표했으며, 7월부터 유럽 사용자들은 스페이스엑스, 오픈AI 등 미국 주식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반영하는 비의결권 주식 토큰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전통 금융과 암호화폐 시장을 융합하는 종합 금융 앱이 되는 것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핀테크 플랫폼들은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발전하기 위해 다양한 통합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로빈후드는 토큰화 주식과 자체 블록체인 개발을 통해 전통 금융과 암호화폐 시장의 융합을 주도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규제를 준수하는 상품을 확대하고 기관투자자를 유치하여 신뢰성 있는 가상자산 인프라 제공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편 네이버-두나무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스템과 AI 기반 서비스를 통해 국내 웹3 생태계를 주도하고 글로벌 핀테크 시장에 진출하려는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된다.

맺으며, 한국형 핀테크 모델의 미래

네이버와 두나무의 빅딜은 단순한 기업 인수합병을 넘어 한국 금융기술 생태계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전환점이다. 이번 협업이 성공하려면 금융당국의 신속한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 현행 법적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결제 혁신이 어려운 현실이 업계의 불만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