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 3차원 전자현미경으로 난치성 뇌전증 발작 메커니즘 규명

한국뇌연구원(원장 서판길)은 이계주 박사 연구팀(김규현·서나영 연구원)이 기초과학지원연구원 허양훈박사, 이지연 서울대병원 교수와 공동으로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뇌 조직을 정밀분석해 신경세포 과흥분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국소 피질 이형성증(FCD)'은 난치성 소아 뇌전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뇌 발달 과정에서 일부 영역의 피질 신경세포 이동 이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대뇌피질 6개 층 구조가 흐트러져 있는 것이 FCD의 병리적 특징이다.

(왼쪽부터) 한국뇌연구원 김규현 연구원, 서나영 박사후 연수연구원, 책임연구원
(왼쪽부터) 한국뇌연구원 김규현 연구원, 서나영 박사후 연수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근 FCD의 난치성 뇌전증 연구는 주로 분자나 단백질 수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신경세포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세포 과흥분을 유발해 발작기전을 형성하는지에 대한 병태생리를 설명하는 이론은 많지 않았다.

연구팀은 뇌 신경회로 단위에서 FCD의 난치성 뇌전증의 원인을 추적하기 위해 서울대 병원 연구진이 제공한 FCD(타입 I) 환자의 뇌 조직을 다양한 3차원 전자현미경 기법으로 정밀 분석했다.

뇌전증 유발 영역의 비정상적 시냅스 크기 증가를 나타낸 이미지
뇌전증 유발 영역의 비정상적 시냅스 크기 증가를 나타낸 이미지

분석 결과, 발작을 유발하는 뇌 부위에서는 흥분성 시냅스의 밀도가 줄어든 대신 일부 시냅스가 비정상적으로 커져 많은 신경전달소포를 함유하고 있었다. 또 억제성 시냅스가 흥분성 시냅스와 멀리 떨어져 있어 억제 신호가 약화될 가능성이 확인됐다. 나아가 시냅스 내 미토콘드리아의 형태 이상과 가시돌기소포체(spine apparatus)의 감소도 관찰돼 세포의 칼슘 조절과 시냅스 유연성 유지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토대로 국소 피질 이형성증에서 나타나는 난치성 소아 뇌전증의 발작, 즉 과도한 신경 흥분의 원인 중 하나가 시냅스 변형과 세포소기관의 미세구조 변화임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계주 박사는 “이번 성과가 상대적으로 연구가 부족한 국소 피질 이형성증 타입 I의 정밀 진단과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인공 뉴런 모델6)에 이번 결과를 적용해 신경 흥분성 변화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하는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뇌연구원 기관고유사업과 한국연구재단 뇌과학선도융합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임상신경과학 분야 권위 학술지인 '에필렙시아(Epilepsia)' 최신호에 게재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