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원스코) 시장을 둘러싸고 은행과 빅테크 간 경쟁이 치열하다.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간 합작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전선이 분명해지는 모습니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공동 인프라 구축과 원스코 공동 발행을 논의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스테이블코인 관련해 빅테크 대 은행권 연합의 대결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와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이달 들어 포괄적 지분교환까지 포함한 합병 논의를 진행 중이다. 추석연휴를 전후로 일단 결론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토스와 빗썸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협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와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은행뿐 아니라 IT·핀테크 기업들도 발행 요건만 갖추면 인가 신청이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유력하다. 국회에는 현재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5건이 제출돼 있는데, 이들 법안은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자본 요건, 1:1 준비자산 보유, 보안·인력 요건 등을 갖추면 금융위 인가를 받아 스테이블 코인을 유통할 수 있는 구조다.
금융권 관계자는 “네이버와 두나무의 움직임이 은행권을 자극한 면이 있다”면서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회장까지 나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만나는 가운데 비즈니스 주도권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원스코를 기업용(B2B), 해외송금 등을 중심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염두에 두는 반면, 빅테크 연합은 간편결제·가상자산 연계 등 소비자용(B2C) 영역에서 우위를 확보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 실험 단계에 진입했다. 신한은행과 케이뱅크는 이달 한일 간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송금 기술검증(PoC) 사업인 '프로젝트 팍스' 1단계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2단계 검증에서는 SWIFT망 연동, 지급결제, 소액 송금 확대 등 기술적 고도화와 규제 적합성 검증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빅테크도 만만치 않은 전선을 구축 중이다. 특히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결합 가능성이 구체화되면서, 빅테크가 원스코 발행·유통 주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빅테크 연합은 이미 넓은 플랫폼 사용자 기반과 간편결제 인프라, 충성 고객군을 보유해, 결제·소액 송금 등 B2C 영역에서 초기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은 플랫폼 확장을 통해 비금융 영역으로 진출 여지가 있고, 빅테크는 금융 영역으로 수평 확장이란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 “초기 영향력 확보에는 결국 어느 한쪽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은행과 핀테크 업계 모두 스테이블코인은 비즈니스 글로벌 확장이 가능한 빅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