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세포로 수정 가능한 난자 만들어... 불임치료 새 길 열었다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 미국, 중국 과학자가 참여한 공동 연구진이 인간 피부세포로 수정 가능한 형태의 난자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해 불임 환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30일(현지시간) NPR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OHSU)의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피부세포 핵을 핵이 제거된 난자에 삽입하고 수정 가능한 형태로 만들고 정자와 수정시켜 일부가 배반포(blastocyst) 단계까지 발달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이 불임 문제를 겪고 있다. 난임 치료는 대부분 시험관 아기, 즉 체외수정(IVF)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기능적인 생식세포가 부족한 환자에게는 이 방법이 효과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과학자들은 피부나 혈액 등의 체세포에서 유래한 유도 만능줄기세포(iPSC)를 난자나 정자로 전환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수정이 불가능한 미성숙한 난자를 개발하는 단계까지만 성공했다.

한·미·중 공동 연구진은 체세포 핵치환(SCNT) 기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기술이다.

SCNT는 기증된 난자에서 유전 물질이 있는 세포핵을 제거한 뒤 불임 여성의 피부세포 핵을 넣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불임 여성이라도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다만 난자에 이식된 체세포 핵은 염색체 23개가 있는 난자나 정자와 달리 염색체가 23쌍(46개)을 가지고 있다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대로 수정되면 수정란의 염색체 수가 69개가 된다.

앞선 쥐 실험에서 체세포 삽입 난자가 수정된 후 체세포 염색체가 절반으로 줄어들게 하는 체세포 감수분열(mitomeiosis) 기법을 개발해 시험한 바 있으나, 인간 세포에서는 검증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사람 피부세포의 핵을 핵이 제거된 난자에 삽입한 다음 정자와 수정시키면서 전기 자극과 약물(roscovitine) 투여해 체세포 염색체가 절반으로 줄어들게 하는 체세포 감수분열을 일으켰다.

이렇게 만든 체세포 핵이식 수정란을 배양한 결과 일부는 4~10세포기까지 발달했으며 약 9%는 수정 6일째 배반포 단계까지 발달했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는 배아가 정상적으로 자궁에 착상해 태아로 발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대부분 배아에서 건강한 발달을 방해하는 유전적 이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탈리포프는 교수는 이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다른 과학자들과 함께 다양한 접근법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강은주 차의과대학 교수는 “'난자가 없는 여성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이 연구를 시작했다”며 “체세포 핵이식 및 감수분열을 통해 수정 가능한 난자를 만드는 원천기술을 개발했지만 국내에서는 사람 난자를 이용한 연구가 어려워 미국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이번 연구가 불임 여성이나 난자를 갖지 못한 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기대도 크지만, 동시에 윤리적 우려 역시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장차 동성 커플이 유전적으로 자신들과 연결된 아이를 갖게 하는데 유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부모가 원하는 성격·능력을 선택하는 이른바 '디자이너 베이비'를 낳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우려는 동의 없이 다른 사람의 DNA를 도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피부세포 하나만 있으면 유명인의 유전자를 몰래 사용해 아이를 만드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유전자만으로 아이를 만드는 '단일 부모 아기(uni-baby)' 논란까지 거론되면서 과학적 성과만큼이나 사회적 논의와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