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조선·국방 AI 세계 1위 도시 부산 만들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성 부산시당 위원장이 1일 시당위원장직을 내려놓고 내년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민주당 당규에 따라 선거일 240일 전에 시당위원장을 사퇴해야 하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날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제조업 혁신과 스타트업·첨단금융·관광 인프라 확충, 산업 생태계 혁신을 통해 부산을 아시아의 싱가포르, 미국의 시애틀과 같은 글로벌 도시로 도약시키겠다”며 대전환 구상을 밝혔다.
이재성 위원장은 부산항 부두 노동자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부산에서 초·중·고를 졸업했다. 포항공대 물리학과와 고신대 의대를 거쳐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30대 초반부터 CJ인터넷 이사, 엔씨소프트 전무, 자율주행 스타트업 CEO 등을 지내며 IT·AI 산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또 부산 소년의 집 '알로이시오기지1968' 초대 센터장을 맡아 10년 넘게 사회 봉사 활동을 이어왔다.
정치권에 발을 들인 건 지난해 총선이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영입 인재 2호'로 발탁돼 험지 부산에서 5선 중진과 맞붙으며 이름을 알렸다. 당시 거리 유세 과정에서 시민들과 수학 문제를 풀며 소통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록 낙선했으나 이후 부산시당위원장 선거에서 1위로 당선되며 지역 정치 무대에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재명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는 AI강국위원장을 맡아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 최초로 40%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기여했다.
출마 선언에서 이 위원장은 부산 경제의 정체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부산은 지역내총생산과 성장률에서 이미 인천에 밀려 제2 경제도시의 자리를 내줬다”며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는 단순한 국제행사 패배가 아니라 도시 경쟁력 저하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답으로 'AI'를 제시했다. “인공지능은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며, 부산은 해양·조선·국방 산업을 AI와 결합해 세계 1위 도시로 도약할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이 내놓은 첫 번째 공약은 '부산 AI 디지털밸리 조성'이다. 그는 사하·강서·사상 등 서부산 산업공단을 단계적으로 AI 기반 디지털밸리로 전환하고, 기장·해운대에는 신규 AI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조선·방산·물류 산업의 대규모 AI 전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 인프라를 연계하겠다고도 했다. 국립과학기술연구회(NST) 부설 독립연구센터(부산·대전) 설립, 동남권 해양항만 인공지능 전환 실증센터 구축 등 약 800억 원 규모의 국비 프로젝트를 부산 디지털밸리와 연계해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장 직속 '해양·조선·국방 AI 세계 1위 부산 프로젝트팀'을 설치해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부산은 전통적으로 보수 진영의 강세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 득표율이 점차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이 위원장이 AI 강국 전략을 내세워 40% 득표율을 달성한 경험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주목받았다.
이 위원장은 “부산이 다시 경제 중심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지금의 리더십으로는 역부족”이라며 “AI 혁신과 제조업 경쟁력 강화로 부산을 아시아의 싱가포르, 미국의 시애틀과 같은 글로벌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산은 제 운명 같은 도시”라며 “부산항 부두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성장한 제가 반드시 부산경제를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의 출마는 부산 민주당의 차세대 리더 부상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AI 전문가이자 기업인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은 경제·산업 분야 의제 선점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다만 보수 강세 지역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돌파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 재도약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려 하고 있으며, 이 위원장의 출마 선언은 그 첫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