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의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라이즈·RISE)가 본격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예산과 행정 절차를 둘러싼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의 경우, 대학별 라이즈 사업 예산이 본부에 일괄 배정되지 않고 세부 프로젝트 단위로 나뉘어 있어 전체 사업을 일관성 있게 관리하기 쉽지 않다. 글로벌 인재 양성이나 산학협력 등 과제별로만 예산이 책정되다 보니, 본부 차원의 공통 운영비가 없어 사업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상위권 대학 관계자는 “라이즈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본부 차원에서 인력이나 행정 운영 등에 예산이 필요한데, 일부 간접비로 본부 운영에 활용할 수 있지만 각 단위과제가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구조라 통합 관리가 쉽지 않다”며 “본부에 배정된 예산이 없어 각 프로젝트에서 인건비가 남는다면 이를 본부 차원에서 운영비로 쓸 수 있다면 효율적일 텐데, 그런 구조가 아니라 어렵다”고 말했다.
신규나 기존 사업이 라이즈 안으로 편입되면 예산 구조는 더 비효율적으로 변한다. 교육부가 신규 과제를 라이즈 내에서 추진하도록 지침을 내릴 경우, 추가 예산은 배정되지만 공통경비가 없어 실제 집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학의 라이즈 관계자는 “앞으로 기존에 진행됐던 대학 사업이 라이즈로 이관되는 사례가 늘어날 텐데 이관 과정이 본격화되면 공통경비의 필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라이즈 이전에 시행됐던 링크(LINC) 등 산학협력 사업 프로그램이 예산 지침 변경으로 그대로 운영되기 어려워졌다”며 “기존 사업을 이어가고 싶어도 이관 과정에서 예산 사용 제한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복잡한 예산 사용 절차도 문제로 꼽힌다. 라이즈 예산을 집행하려면 대학 내부 회계 시스템뿐 아니라 국가재정관리시스템(e나라도움)과 지자체 시스템에도 동일한 내역을 반복 입력해야 한다. 이전에는 대학 시스템 한 곳에서만 처리하면 됐지만, 국비 보조금이 포함되면서 절차가 크게 복잡해졌다.
한 대학 관계자는 “입력 업무가 단순 반복이라도 기본적인 양이 많다 보니 처리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라이즈 이전에는 교육부가 예산을 주면 대학은 자체 정산 시스템에 입력하고 이후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회계·정산이 이뤄지는 구조였다. 즉, 교육부가 발주하고 연구재단이 총괄 관리하던 시기에는 지침만 따르면 됐기 때문에 훨씬 단순했다”고 설명했다.
![[에듀플러스]“라이즈 시행 반년…복잡한 예산·행정 절차에 잡음 지속”](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0/10/news-p.v1.20251010.fe411cb7ee8d4b66b12a03a1a0fec1ec_P1.png)
그는 “지자체 라이즈센터가 중간 단계로 추가되면서 문의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 생기면 대학이 곧바로 연구재단에 묻지 못하고 지자체를 거쳐야 해 회신까지 시간이 더 걸린다”며 “그만큼 행정 대응이 늦어지고 있는 데다, 현재 10여 개의 라이즈 예산 항목 기준도 제각각이라 어떤 비목은 공무원 지침을, 또 다른 비목은 대학 회계 기준을 따라야 해 일원화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지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충청권의 한 RISE센터 관계자는 “프로젝트 단위 예산 구조가 교수별로 다르다 보니 공동 운영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며 “대학과 지자체마다 회계 규정이 달라 충돌하는 경우도 있고, 아직 첫해라 시행착오가 많지만 공통경비 등 단일 기준 마련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라이즈센터 관계자는 현재의 예산 구조에 대해 “기본적인 틀은 교육부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는 지방정부라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워 기존 회계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은 대학 수가 많아 사업을 통으로 내면 상위 몇 개 대학만 가져가는 구조가 될 수 있어 단위 사업별로 쪼갤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행정이 복잡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형 라이즈는 첫해 시행 사업이라 현장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있다”며 “예산 구조와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을 알고 있고, 올해 의견을 수렴해 지침과 행정 절차를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라이즈는 지자체 자율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으로, 각 지역 상황을 최대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중앙에서 세부 항목까지 일괄적으로 지침화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각 지역의 시행착오와 대학의 의견을 반영해 내년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에 지속적으로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라이즈는 과제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본부에서의 일부 운영비는 단위과제 예산의 간접비 명목으로 활용(총예산의 3% 이내)할 수 있는 구조”라며 “사업 형태와 구조가 프로젝트 중심으로 바뀐 만큼 대학 내에서 조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고 지자체에서도 현장의 불편 사항은 지속적으로 파악해 개정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