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 최대 이슈로 '보안'이 떠올랐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통신사 해킹 사고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김영섭 KT 대표,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국회는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해킹 대응 부실 책임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집중 추궁할 전망이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과방위는 13일 시작하는 올해 국감에서 증인 92명과 참고인 42명을 채택했다. 증인 명단에는 통신 3사 대표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번 국감은 잇단 보안사고로 개인정보 안전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열린다. 그만큼 사고 대응 과정과 이용자 보상, 경영진 책임소재에 대한 강도 높은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사고로 집중포화 대상에 올랐다. 김영섭 대표는 대규모 해킹 사고와 과장광고 논란으로 14일과 21일 두차례 증인 출석 요청을 받았다. 황태선 KT 정보보안실장, 허태원 KT 컴플라이언스추진실장,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 등 임원진도 대거 증인석에 오른다.
지난달 24일 열린 청문회에서 펨토셀 관리 감독 부실과 보안 체계 허점이 드러난 만큼, 이번 국감에서는 보안 거버넌스 개편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아직 민관합동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새로운 쟁점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KT는 사장 교체를 둘러싼 논란까지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과방위는 구현모 전 KT 대표와 사장 후보였던 윤경림 전 KT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도 증인으로 불렀다. 2023년 KT 사장 교체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 여부 등을 따져 물을 것으로 관측된다. 과방위뿐 아니라 정무위원회에서도 김영섭 대표를 증인 신청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과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도 과방위가 21일 통신사 해킹 관련 집중 감사를 예고하면서 증인으로 소환됐다. SKT의 경우 올 상반기 대규모 유심 해킹 사태를 겪었다. LG유플러스 역시 프랙 보고서에서 개인정보 유출 의혹이 거론됐다. 양사는 본인인증서비스(PASS)를 포함한 사이버 보안 전반에 대한 질의가 예상된다.
국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통신사 보안 관리 체계와 정부의 대응 프로세스 전반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국회 모두 보안 거버넌스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해킹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보안점검을 강화하고, 피해 신고 없이도 직권 조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을 추진 중이다.
통신사 내부에서도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권한 강화, 전문인력 확충 등 보안 프로세스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CISO와 CPO를 분리 선임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이통 3사는 향후 5년간 7000억~1조원 규모의 정보보호 투자 계획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과방위 국감은 망 이용대가, 플랫폼 이용자 보호, 인공지능(AI) 정책 등에 대한 질의도 예상되지만 핵심 화두는 보안이 될 것”이라며 “개별 기업에 대한 질타가 아닌 국내 보안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와 제도 개선 방안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