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AX(M.AX)' 골든타임을 잡아라] 〈2〉AI 반도체 '두뇌 주권' 시험대

ISEC 2025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제19회 국제 시큐리티 콘퍼런스'가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모빌린트 부스에서 관람객이 온디바이스 및 온프레미스 AI를 위한 고성능 NPU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ISEC 2025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제19회 국제 시큐리티 콘퍼런스'가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모빌린트 부스에서 관람객이 온디바이스 및 온프레미스 AI를 위한 고성능 NPU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인공지능(AI)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칩)가 데이터센터를 벗어나 기기 안에 들어오고 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 트래픽과 전력소모가 급증하면서, AI가 현장에서 스스로 연산하고 판단하는 '온디바이스 AI 반도체'가 차세대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 것이다.

제조 현장에서부터 이 같은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자율주행차·스마트팩토리·로봇 등 밀리초 단위의 즉시 판단이 필요한 산업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이전까지 AI 연산은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데이터 지연시간, 보안 리스크, 전력비용에서 한계가 드러나면서 'AI의 두뇌를 기기 안으로 옮긴다'는 온디바이스 전략이 글로벌 제조업의 새로운 생존 공식으로 부상했다. 단순한 기술 진화가 아니라 데이터와 하드웨어 주권을 둘러싼 본격적인 국가 간 경쟁 무대가 열린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유에스(Market.us)는 2034년까지 온디바이스 AI 시장 규모가 1741억9000만달러(약 2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고, 국무총리실 산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도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옴디아 자료를 인용,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시장이 2026년부터 클라우드·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앞지르며 2029년까지 연평균 12.6%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개발 프로젝트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개발 프로젝트

우리 정부는 이러한 격변기에 대응해 'K-온디바이스 AI반도체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산업통상부는 'AI반도체 M.AX 얼라이언스 포럼'을 출범하고 2030년까지 자율주행차·스마트가전·휴머노이드·무인기 등 4대 산업 분야에서 사용할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10종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총사업비는 9973억원(국비 6891억·민간 3081억)으로, 이번 사업은 정부가 설계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민관 협력형 풀스택(Full Stack) 개발모델'로 추진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단순 칩 개발을 넘어 소프트웨어, 모듈, 시제품을 함께 개발해 AI반도체의 설계·제조·응용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지난 8월 18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22일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확정했다. 올해 초 기술 수요조사와 업계 협의, 수요기업과의 MOU 체결 등을 거쳐 2026년 본격 착수하는 로드맵을 확정한 것이다.

현대차·LG전자·두산로보틱스 등 수요기업이 산업별 요구를 제시하고, 퓨리오사AI·딥엑스·모빌린트 등 팹리스가 설계를, 삼성전자(파운드리)와 ARM·시놉시스·케이던스(IP) 등이 검증과 설계자산 지원을 맡았다. '수요-설계-생산-검증이 맞물리는 LINK형 협력 구조'다.

인공지능(AI) 활용도가 높아지며 산업계가 초저전력 AI반도체 개발을 위한 인력양성에도 힘을 쏟는 가운데 한국폴리텍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손잡고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채용연계형 교육을 이어간다. 인천 부평구 한국폴리텍대 인천캠퍼스에서 반도체공정과 하이테크과정 학생이 웨이퍼에 노광할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인천=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인공지능(AI) 활용도가 높아지며 산업계가 초저전력 AI반도체 개발을 위한 인력양성에도 힘을 쏟는 가운데 한국폴리텍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손잡고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채용연계형 교육을 이어간다. 인천 부평구 한국폴리텍대 인천캠퍼스에서 반도체공정과 하이테크과정 학생이 웨이퍼에 노광할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인천=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산업부는 이번 사업을 자동차, IoT·가전, 기계·로봇, 방산 등 4대 산업군으로 구분해 추진한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자율주행차용 중앙컴퓨터 칩, 가전 분야에서는 스마트가전·산업용 가전용 칩 5종, 로봇 분야에서는 협동로봇과 휴머노이드용 초저전력 칩 2종, 방산 분야에서는 무인기·무인지상차량용 고신뢰 칩 1종, 산업 간 확산형 플랫폼 칩 1종이 각각 개발된다.

2026년 업종별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계를 시작하고, 2027~2028년 시제품 제작과 검증을 거쳐 2029년에는 모듈 개발을 완료한다. 2030년에는 자율주행차·휴머노이드 등 실제 첨단제품에 국산 AI칩을 탑재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현재 국내 팹리스 다수가 AI반도체 칩 양산을 의존 중인 대만 TSMC의 그늘을 벗어나, 설계·검증·적용 단계까지 AI반도체의 주도권을 국내 생태계 안으로 끌어오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국내 팹리스와 협력해 시제품 제작비를 분담하고 개발 단계에서 국내 생산라인을 우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키로했다. 업계에선 “국내에서 설계-시제품-검증이 가능한 자립형 AI칩 생태계를 구축하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산업부는 이번 사업을 'AI 3대 강국 진입을 위한 전략 프로젝트'로 규정하고 정책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계획이다. AI칩과 모듈의 국산화·표준화·확산을 통해 하드웨어 자립 기반을 구축해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한편, 수요-공급 기업 간 신뢰 기반 거래 생태계를 조성해 제조업 전반의 생산성과 혁신 속도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AI칩 설계역량 내재화를 통해 글로벌 IP 의존도를 줄이고 AI·반도체 융합을 국가 혁신 성장축으로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AI 반도체는 자율차·휴머노이드 등 첨단 제품 대전환을 이끄는 혁신 엔진이자 산업의 두뇌”라며 “정부는 M.AX를 중심으로 기술 자립과 산업 체질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