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와 반도체(칩), 핵심광물 등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기 싸움이 계속되면서 우리 경제와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압박에 중국이 반격 카드를 꺼내 들고, 다시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는 등 '오락가락'하는 양국 태도에 국내 증시와 환율 모두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미중 무역 갈등 우려에 “중국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도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우 존경받는 시(시진핑) 주석이 잠시 안 좋은 순간을 겪었을 뿐이다. 그는 자기 나라가 불황을 겪는 것을 원하지 않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중국에 유화적 제스처와 함께, 희토류 수출 통제가 중국 경제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여전히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그렇다”면서도 “어떻게 될지 보자”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이 최근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지난 10일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내달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중 무역갈등은 양국이 스페인에서 벌인 고위급 협상 이후 소강상태였는데, 다시 증폭되는 모양새다.
반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 이후에도 고급 리튬 이온 배터리와 인조 다이아몬드 수출 통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중국 매체 홍콩 명보는 “중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맞서 '비장의 카드'를 준비해왔으며 두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는 다음 달 8일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간 기싸움과 그 영향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이 당분간 흔들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국의 갈등 조짐속에 국내 증시는 13일 하락세를 보였다. 오후 1시 23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62.76포인트(1.74%P) 내린 3547.84를 기록 중이다.
장 초반 한때 3522.64까지 밀리며 2%대 급락했으나 이후 점차 낙폭을 좁혔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592억원, 3619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반면 개인은 1조539억원을 순매수하며 하단을 지탱했다.
특히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3.39%), SK하이닉스(4.44%)는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전체 시가총액 10위 기업 중 삼성바이오로직스(0.49%), 두산에너빌리티(3.62%)를 제외하고 일제히 내림세다.
코스닥지수는 4.93P(0.57%) 내린 854.56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각 원·달러 환율은 1428.30원으로 집계됐다. 장 초반에는 1430원을 돌파하며 지난 5월 2일(1440원)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희토류 분쟁 영향으로 반도체 업종에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의사를 표명하면서 하락폭이 1% 내외로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