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AX(M.AX)' 골든타임을 잡아라]〈3〉AI 팩토리,'속도보다 정확도'…AI가 품질혁신 해답

경기 군포 소재 반도체 부품기업인 '디팜스테크'는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에 들어가는 정밀 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을 생산한다. 이 회사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 설비 이상을 감지하고 원인을 분석해 스스로 대응하는 자율 운영 제조시스템을 개발하고 실증한다. 조립·성형·측정·검사 등 전 공정에 AI를 접목해 생산성 80% 향상과 무인화율 100% 달성이 목표다.

현재는 실공정 직전 단계로, 이상 현상이 발생하면 AI가 자동으로 원인을 진단하고 조치안을 제시하는 예지보전 알고리즘 설계를 마쳤다. 윤선진 디팜스테크 연구소장은 “부품 단위의 데이터가 누적될수록 AI의 판단 신뢰도가 높아진다”며 “실공정에 적용되면 숙련공 중심의 공정 구조가 데이터 기반 구조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팜스테크의 목표는 단순히 생산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하던 수작업 공정을 AI로 대체하면서도, 오히려 기존에 생략하던 검사·계측 단계를 새로 추가한다. 생산시간 단축보다 불량률을 줄이고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한 것이다. 윤 소장은 “AI팩토리는 '빨리 만드는 공장'이 아니라 '품질 높은 공장'으로 가는 길”이라며 “AI가 품질과 공정을 스스로 최적화해 전체 신뢰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코스모신소재 AI 기반 양극재 품질검사 자율제어 시스템
코스모신소재 AI 기반 양극재 품질검사 자율제어 시스템
코스모신소재 AI 기반 양극재 품질검사 자율제어 시스템.
코스모신소재 AI 기반 양극재 품질검사 자율제어 시스템.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활물질을 제조·공급하는 충북 충주의 이차전지 소재기업 코스모신소재도 AI 기반 양극재 품질검사 자율제어 시스템을 구축해, 계량-소성-분쇄-선별-검사 등 전 주기 공정을 AI가 제어하도록 했다. 핵심 설비 가동정지 시간을 5% 줄이고 품질검사 전처리 장비를 투입해 품질비용(Q-COST) 30% 절감, 전문인력 투입시간 30% 이상 단축을 목표로 한다. 이윤성 코스모신소재 상무는 “AI는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 학습해 미세한 품질 편차를 잡아낸다”며 “사람의 경험이 아닌 데이터가 공정을 움직이는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두 기업은 공통으로 '속도보다 정확도와 품질향상'을 택했다. 디팜스테크는 이상 감지 후 자동조치 알고리즘으로, 코스모신소재는 공정 최적화를 통한 품질 제어로 '예지보전+자율제어' 구조를 실험 중이다. 제조시간을 단축하기보다 검사·계측 단계와 품질 공정에 더 많은 시간과 단계를 투입해 불량률을 줄이고, 에너지 낭비와 인적 오류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글로벌 제조 강국들은 이미 'AI팩토리'를 차세대 생산 기반으로 전환했다. 미국 GE는 항공엔진 공정에 디지털 트윈 기반 예지보전 시스템을 적용해 고장률 15%, 연료비 12%를 줄였다. 독일 Bosch는 AI 공정제어 플랫폼으로 공장 전체의 불량률을 40% 낮췄고, 일본 화낙(FANUC)은 AI 비전센서+로봇팔 자율셀 공장으로 전환 중이다. BMW는 독일 딩골핑 공장에 AI 오토팩토리 시스템을 도입해 부품 불량 검출·검사·물류·생산계획을 모두 AI가 통합 조정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 확산이 빠르지만, 업종별 데이터 형식 불일치로 학습 효율이 떨어진다. 이에 산업부는 내년부터 12개 업종(반도체·배터리·조선·철강 등)의 공정·품질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AI 신뢰성 검증 프레임워크를 도입할 계획이다. AI팩토리의 완성은 결국 데이터 품질과 신뢰성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해외는 이미 AI가 생산 의사결정을 내리는 단계에 진입했지만, 한국은 데이터를 '같은 언어'로 맞추는 중”이라며 “AI팩토리 확산이 성공하려면 중소기업이 데이터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현재 AI팩토리 선도사업 100여 건 중 40% 이상이 예지보전 분야로, 불량률 30%, 공정중단률 10% 감소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산업부는 내년부터 업종별 제조 데이터를 통합하는 '제조데이터 국가표준 플랫폼'을 구축하고, 2028년까지 업종별 제조 AI모델을 완성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용 표준 AI팩토리 모델을 통해 예지보전·품질검사·공정제어가 통합된다”며 “AI팩토리 고도화사업으로 현장 자율성을 높이고, 중소·중견기업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