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스트(DGIST·총장 이건우)는 권혁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단 한 번의 레이저 공정만으로 반도체의 전도 특성을 전환하는 신개념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은 기존에 전자 중심으로만 작동하던 산화티타늄(TiO₂)을 정공(hole) 중심의 p형 반도체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LODI(Laser-Induced Oxidation and Doping Integration)' 기술은 단 한 번의 레이저 조사만으로 산화와 도핑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어, 기존 복잡한 공정을 획기적으로 간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전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는 전류를 이동시키는 주된 입자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n형 반도체는 음전하를 띤 전자(e⁻) 가 이동하며 전류를 전달하고, p형 반도체는 전자의 빈자리인 정공(h⁺) 이 이동해 전류를 흐르게 한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 대부분의 전자기기는 이 두 가지 성질을 모두 활용하는 CMOS 회로로 작동한다. 따라서 n형과 p형이 모두 구현되어야 효율적인 회로 설계가 가능하다.
산화티타늄(TiO₂)은 독성이 없고, 자원이 풍부하며, 열·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나 '이상적인 반도체 소재'로 꼽혀왔다. 그러나 결정 구조가 매우 안정적이라 정공의 이동이 제한되다 보니, 전자(e⁻) 만 전달되는 n형 반도체로만 작동했다. 즉, 성능과 안정성은 우수하지만 '회로의 절반'만 활용할 수 있는 재료였던 것이다.

이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이 'LODI'이다. 이 기술은 레이저 한 번으로 산화와 도핑을 동시에 수행하는 통합 공정으로, 복잡한 반도체 제조 과정을 단일 단계로 단축한다. 얇은 티타늄 금속 박막 위에 알루미늄 산화막 을 덮고 레이저를 수 초간 조사하면, 티타늄이 산소와 결합해 산화티타늄으로 변하면서 알루미늄 이온이 내부로 확산된다. 이 과정에서 전자의 균형이 깨지며 정공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전자 대신 정공이 전류를 전달하는 p형 반도체가 형성된다.
기존에는 산화티타늄 반도체를 p형으로 전환하기 위해, 고온 열처리와 진공 이온 주입 등 수십 시간에 걸친 복잡한 공정이 필요했다. 또 고가의 장비와 고진공 환경을 요구해 상용화에 제약이 많았다. 반면 LODI 기술은 레이저 한 번, 수 초 만에 동일한 효과를 구현할 수 있으며, 산화·도핑·패터닝이 동시에 가능해 공정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혁준 교수는 “산화물 반도체의 전도 유형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원천기술로서, 차세대 고집적·고신뢰성 소자 구현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개척융합과학기술개발사업 (구 STEAM 사업)과 DGIST 센소리움 연구소 센서 요소기술 개발 R&D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 성과는 최근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스몰(Small)'에 표지 논문(Front Cover)으로 출판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