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AI전략노트]〈13〉중국의 AI 생태계를 눈여겨 봐야

김경진 전 국회의원
김경진 전 국회의원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올해 1월 딥시크(DeepSeek)가 공개한 언어모델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바이두와 알리바바로 대표되는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개발한 언어모델로 글로벌 벤치마크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화웨이의 어센드(Ascend) 칩은 중국 GPU 시장에서 2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엔비디아 의존도를 빠르게 낮추는 중이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부동의 세계 2위 AI 강국이며, 3위권 국가들과의 격차도 상당하다.

중국 AI 생태계의 진정한 경쟁력은 기술 그 자체보다 법·제도와 거버넌스 영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중국은 올해 9월부터 세계 최초로 AI 생성 콘텐츠 표시 의무화 제도를 시행했다.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을 비롯한 4개 부처가 공동 제정한 이 규정은 AI가 생성한 모든 텍스트, 이미지, 음성, 비디오, 가상 장면에 명확한 표식을 부착하도록 강제한다. 파일의 메타데이터에도 생성 정보, 서비스 제공자명, 콘텐츠 번호를 포함해야 하며, 플랫폼은 표식이 없는 콘텐츠를 제공할 경우 6개월 이상 관련 기록을 보존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강제조치를 받게 된다.

미국이 아직 연방 차원의 포괄적 AI 법률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은 콘텐츠 투명성 영역에서 세계 최초로 구체적 규범을 확립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지침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을 지닌 제도로, 딥페이크와 허위정보 확산을 억제하고 사용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려는 선제적 대응이다.

알고리즘 등록제 역시 중국만의 독특한 거버넌스 모델을 보여준다. 올해 6월 기준으로 439개의 생성형 AI 서비스가 등록을 마쳤으며, 지방 인터넷정보판공실에도 236개 응용이 신고됐다. 모두 합쳐 672개의 AI 서비스가 정부 감독 아래 중국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서구가 여전히 알고리즘 투명성 논의 단계에 머무는 동안, 중국은 이미 제도를 만들어 시행 중이다.

올해 8월 국무원이 발표한 'AI 플러스 행동 심화 실시 의견'은 중국 정부의 장기 전략을 잘 보여준다. 2027년까지 6대 중점 영역에 AI를 광범위하게 융합하고, 2030년에는 지능경제를 주요 성장축으로 삼으며, 2035년에는 본격적인 지능경제·지능사회로 진입하겠다는 단계별 목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2027년까지 신세대 지능 단말과 지능체 응용 보급률을 70%, 2030년까지 90%로 높이겠다는 수치 목표도 포함됐다. 이처럼 국가 차원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방식은 시장 주도로 발전하는 미국과 뚜렷이 대비된다.

중국 AI의 저력은 인재에서 비롯된다. 중국은 매년 약 1000만명의 대학 졸업자, 110만여명의 석사, 14만명 안팎의 박사를 배출한다. 이 가운데 컴퓨터공학 등 관련 학과 졸업생만 약 50만명에 달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고급 인력 비자 발급 비용을 1억원 수준으로 책정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반면, 중국은 오히려 웃돈을 주며 세계 인재를 끌어모으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AI 기초 교육을 실시하고, 대학에서는 AI 소양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했으며, 산학 협력을 통한 실습 중심 교육까지 아우르는 전 교육 단계의 AI 교육 체계를 갖췄다. 이는 중국이 단순히 인재를 양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거대한 개발자 생태계를 구축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법제도의 선도성, 국가 전략의 체계성, 인재 양성의 규모와 속도를 종합해 보면, 중국 AI는 기술 면에서 이미 미국을 바짝 뒤쫓고 있으며, 법원 판결 등 법제도와 거버넌스 영역에서는 오히려 앞서가고 있다. 우리는 중국의 기술 수준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가는 거버넌스 모델과 생태계 전체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AI 시대의 경쟁은 기술만의 경쟁이 아니라 제도·인재·국가 전략을 아우르는 종합 경쟁이기 때문이다.

김경진 전 국회의원 2016kimkj@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