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간의 사내 연애가 부하 직원의 연봉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흥미를 끈다. 특히 상사가 직접 급여를 결정할 수 있는 '직무급 중심 체제'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 22일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데이비드 맥도널드, 에밀리 닉스, 제리 몬토넨 등 연구진이 발표한 '상사와의 연애가 주는 영향(The impacts of romantic relationships with the boss)'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밝혔다. 연구진은 1988년부터 2018년까지 30년간 핀란드 직장인들의 고용 통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직장 상사와 연애를 시작한 부하 직원의 연봉은 연애 기간 중 평균 6%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핀란드는 직무급 중심의 인사 체계로, 직속 상사가 부하 직원의 급여를 결정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상사가 연인인 부하 직원의 연봉을 알게 모르게 올려주는 경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진은 이처럼 연인 관계를 통해 사적 이익(연봉 상승)을 얻는 현상인 '정실주의(nepotism)'가 조직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성과와 무관한 연봉 인상에 불만을 품은 동료 직원들의 이직률이 평균보다 6%포인트 증가했으며, 이러한 동료들의 이탈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더 두드러졌다.
한편, 연애의 '긍정적인' 효과는 이별 후 급격히 사라졌다. 상사와 헤어진 부하 직원은 고용 유지율이 다른 직원보다 13%포인트 낮았고, 이별 후 다른 직장으로 이직할 경우 새 직장 연봉은 무려 18%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애 기간 동안 얻은 소득 이득이 이별 후에는 장기적인 소득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사내 연애를 전면 금지하기보다는, 상사가 연인인 부하 직원의 평가와 보상에 직접 관여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