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성능 깎아 만든 '초슬림폰'의 최후

갤럭시S25엣지(왼쪽)와 아이폰 에어
갤럭시S25엣지(왼쪽)와 아이폰 에어

올해 출시된 '갤럭시S25 엣지'와 '아이폰 에어'는 '혁신적인 스마트폰'을 표방하며 등장했다. 각각 6㎜ 안팎의 두께를 내세워 자사 역대 가장 얇은 모델임을 강조했고, 이에 걸맞은 성능을 기대한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출시된 제품은 기대에 못 미쳤다. 가격은 프리미엄급이지만, 배터리 용량은 줄고, 카메라 사양은 하향됐다.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아이폰 에어는 출시 열흘간 전체 아이폰17 시리즈 판매량 중 3%에 불과했고, 갤럭시S25 엣지 역시 첫 달 판매량이 기본 모델의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얇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비자를 설득하긴 어려웠던 것이다.

결국 두 회사 모두 전략 수정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내년 갤럭시S26 시리즈에서 엣지 모델을 제외하기로 했다. 애플은 아이폰 에어의 생산량 80%이상을 줄이기로 했다. 향후 판매량이 기대치에 못미칠 경우엔 단종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슬림폰은 기술력과 디자인의 상징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술이 '팔리지 않는 혁신'이라면 의미는 퇴색된다. 사용자는 외형보다 실질적인 성능과 효용에 반응한다. 특히 AI, XR 등 기술 전환이 한창인 지금, 겉모습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은 더 이상 단순한 하드웨어 기기가 아니다. 겉모습이 아닌, 내부의 소프트웨어 완성도와 생태계 연결성, 사용자 경험이 제품 경쟁력을 좌우한다. 누가 더 오래 쓰게 하고, 더 똑똑하게 작동하며, 일상 속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단순히 얇고 가벼운 폼팩터가 아니라, 사용자가 '매일 체감하는 편의성'을 설계해야 할 때다.

남궁경
남궁경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