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AI가 D램·낸드도 견인…다시 찾아온 메모리 '슈퍼사이클'

대한민국 첨단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보여줄 'K-테크 쇼케이스'가 28일 경북 경주시 엑스포공원 에어돔에서 열렸다. SK그룹 전시관에서 관계자가 SK하이닉스의 HBM4 반도체 실물을 선보이고 있다. 
 경주=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대한민국 첨단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보여줄 'K-테크 쇼케이스'가 28일 경북 경주시 엑스포공원 에어돔에서 열렸다. SK그룹 전시관에서 관계자가 SK하이닉스의 HBM4 반도체 실물을 선보이고 있다. 경주=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한 건 인공지능(AI)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방증이다. AI 인프라 투자가 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메모리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 주목되는 건 AI가 HBM 뿐만 아니라 D램과 낸드 수요까지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 역대 최대 실적 1등 공신 'HBM'

SK하이닉스는 29일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주요 고객사와 내년도 HBM 공급 협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HBM은 고객사인 AI 반도체 기업과 사전 물량을 정하고 공급하는데, 2026년 분이 모두 판매(완판)됐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2023년부터 차후 연도 HBM 완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오픈AI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가 HBM 완판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AI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AI 가속기(GPU+HBM 조합)가 필요한데, HBM은 AI 가속기를 구성하는 필수 메모리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 90%를 차지하는 엔비디아의 핵심 HBM 공급사다.

최근 엔비디아 뿐 아니라 주문형반도체(ASIC) 기업도 HBM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독자적인 AI 반도체 칩을 개발, AI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이같은 수요 역시 HBM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제품은 2027년에도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타이트)할 것”으로 전망했다.

◇ D램·낸드도 살리는 'AI'

관심은 AI가 HBM 뿐 아니라 D램과 낸드 수요까지 끌어올리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AI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성장이 가파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AI 컴퓨팅이 추론으로 확장되면서 서버 수요 증가를 유도하고 있다”며 “내년 서버 세트 출하량이 10% 후반대로 증가, 서버용 D램 수요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메모리 제조사가 HBM 설비 투자에 집중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일반 D램과 낸드 공급이 부족해졌다. 이는 D램 및 낸드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또 AI 생성 데이터가 급증하면서 저장장치 수요도 대폭 늘어, 고성능·고용량 eSSD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회사는 “내년 HBM 뿐 아니라 D램과 낸드 생산능력(캐퍼) 모두 사실상 솔드아웃(완판)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이 때문에 메모리가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메모리 전 제품에 대해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초호황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다.

SK하이닉스 M15 및 M15X 조감도
SK하이닉스 M15 및 M15X 조감도

◇ 보수적 투자에서 '확대'로

메모리 수요 강세에 SK하이닉스는 내년 설비투자를 올해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효율성을 강조했던 올해 투자 모습과 달라진 것이다. HBM, D램, 낸드의 공급능력을 확장하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HBM 경우 최근 장비를 반입한 청주 M15X를 중심으로 신규 생산능력을 조기 확보할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4분기 양산을 시작할 차세대 HBM 'HBM4'는 내년에 본격적인 판매 확대를 노린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와 HBM4 성능 평가를 진행 중이다.

D램과 낸드는 현재 라인을 최신 공정으로 전환하는 '테크 마이그레이션'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기존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으로, 수요 증가에 빠르게 대응하려는 포석이다.


현재 양산 중인 10나노미터(㎚)급 6세대 D램(1c)을 대규모 생산(램프 업) 체제로 전환하고, 낸드도 321단 제품을 준비해 eSSD 공급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D램 및 낸드 수요 성장 전망 - 자료 : SK하이닉스(비트그로스 기준)
D램 및 낸드 수요 성장 전망 - 자료 : SK하이닉스(비트그로스 기준)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