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기관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이 1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술 발전 주기가 짧아지며 금융산업이 '에이전트형 AI' 중심의 3세대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금융협회(IIF)와 EY가 최근 발표한 '2025년 금융서비스 AI 활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금융기관의 84%가 생성형 AI를 실제 업무 환경에 도입해 운영 중이다. 지난해 48%에서 불과 1년 만에 크게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시범운영 단계의 생성형 AI 프로젝트는 41%에서 10%로 급감했다. 생성형 AI가 실험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로 넘어섰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금융산업이 에이전트형(Agentic) AI 중심 '3세대'로의 전환기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1세대 자동화 AI, 2세대 생성형 AI를 넘어 에이전트형 AI는 목표 설정과 의사결정, 실행을 스스로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단순 자동화나 생성형 기능을 넘어 '자율적 판단'을 내리는 AI 단계로 평가된다.
특히 글로벌 대형은행(G-SIB)을 중심으로 에이전트형 AI 활용이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이미 23%의 기관이 에이전틱 AI를 운영 중이며, 80% 이상이 시범운영 혹은 도입 단계에 있다. AI가 단순 보조도구에서 '결정 주체'로 진화하며 일부 은행은 내부 업무 프로세스와 위험 관리, 고객 대응 시스템 전반에 AI를 결합하는 상황이다.
IIF는 이 같은 전환 배경으로 AI 기술 발전 주기의 단축을 꼽았다. 기술이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금융사들은 개발과 검증 절차를 단축하고, 외부 플랫폼이나 오픈형 모델도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실제로 금융기관에서 AI 개발을 위한 제 3자 플랫폼 사용 비율은 2023년 59%에서 올해 77%로 급등했다.
금융권 AI 전환 국면에 따른 리스크도 새롭게 인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모델 신뢰성 하락 위험에 따른 '데이터 품질 저하'(78%) △AI 시스템 해킹 및 모델 탈취 위험으로 인한 '사이버 보안 위협'(71%) △외부 AI 공급자 및 API 리스크를 유발하는 '3자 모델 의존도 증가'(64%) △국가별 AI 법제 상이 등 '규제 불확실성' (59%) △내부 인재 재교육 속도와 기술 변화의 격차 등 '인력 불균형' (53%) 등이다.
IIF는 이에 따른 금융권 향후 과제로 △국제 표준 정립 △책임 있는 AI 활용 원칙 수립 △공공·민간 협력 강화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 조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AI가 금융 인프라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만큼, 데이터 보안·3자 리스크 관리·투명한 거버넌스가 필수”라며 “AI 속도 경쟁이 아닌 신뢰 경쟁이 금융산업의 다음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