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조선사들이 넉넉한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호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향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및 친환경 선박 등 강점을 갖춘 선박의 꾸준한 발주가 예상되며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한 미 함정 시장 수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반기 기준 국내 조선 빅3의 총 수주잔고는 134조6754억원으로, HD한국조선해양 81조4424억원, 삼성중공업 25조7439억원, 한화오션 27조4891억원 수준이다.
불황의 끝자락에 섰던 2019년에 비해 수주 잔고가 크게 증가했다. 출범 첫해였던 HD한국조선해양은 당시 25조9182억원의 수주 잔고에 그쳤다. 삼성중공업 14조1709억원, 대우조선해양 시절이던 한화오션은 10조1267억원을 각각 기록했었다.
글로벌 선박 발주 급감하며 위기감이 커진 시절에도 LNG선 등 주력 선종의 경쟁력 강화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에 발맞춰 메탄올 등 친환경 선박 기술력 확보로 가파른 회복세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조선업계는 현재 글로벌 발주량이 줄어들고 있지만 국내 조선사가 경쟁력을 갖춘 선박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LNG 프로젝트를 통한 LNG선 발주와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선사들의 친환경 선박 발주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지속적으로 수주잔고를 쌓아갈 수 있어 최소 3년 이상은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 수혜도 기대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 후속 조치에 따르면 마스가 프로젝트는 국내 조선사 주도로 추진된다. 국내 조선사들이 미국 조선 인프라 재건 및 신조 건조사업에 구심점을 맡게 된 것이다.
HD현대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 및 방산 분야 핵심 기자재 업체인 '페어뱅크스 모스 디펜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미 해군 7함대 소속 4만1000톤(t)급 화물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함'을 시작으로 미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한화는 마스가 프로젝트 일환으로 한화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7조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현재 연간 1~1.5척 수준인 선박 건조 능력을 20척까지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핵잠수함 건조 거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협력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비거마린 그룹과 전략적 사업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미 함정 MRO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또 미국 내에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선박 설계 및 기자재 조달 전문회사인 디섹(DSEC)과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주 잔고가 충분하지만 추가적인 수주가 없다면 호실적을 장담할 수 없다”라면서 “선박 발주가 줄고 있는 상황이지만 경쟁력을 갖춘 친환경 선박 발주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은 호실적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