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이차전지용 동박 생산 라인을 인공지능(AI)용으로 전환한다. 이차전지 수요 감소에 따른 조치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회로박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생산 능력을 기존 대비 1.7배, 2028년에는 5.7배 늘리겠다”고 10일 밝혔다.
전북 익산 공장 전지박 생산 라인을 AI용 회로박 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회로박 판매량이 올해보다 2.6배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로박이란 구리로 만든 얇은 박(동박)이다. 동박이 인쇄회로기판(PCB)에 활용되면 회로박, 이차전지 음극 집전체로 쓰이면 전지박으로 구분된다.
배터리 업황 위축으로 전지박 공장 가동률이 낮은 반면 회로박은 수요가 늘어 생산라인을 조정하는 것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회로박 고객사는 두산 전자 비즈니스그룹(BG)으로, 두산이 만드는 동박적층판(CCL)은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탑재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 3분기 매출 1437억원, 영업손실 34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고, 적자가 이어졌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전지박 판매량 감소가 실적 부진 원인이다.
회사는 AI용 회로박 공급량을 늘려 실적 반등을 도모할 계획이다. 전지박의 경우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북미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는 “AI용 고부가 회로박과 ESS용 전지박 등 제품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시장 불확실성에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