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강동호 반도체공학과 교수팀이 장병철 경북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팀이 공동으로 뇌의 신경세포(뉴런)들이 신호를 주고받는 연결 부위인 시냅스의 동작 원리를 바탕으로 빛과 전압을 이용해 단일 소자에서 전류의 '양(+)·음(-)' 두 방향을 모두 제어할 수 있는 '광전자 인공 시냅스'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인간의 뇌 신경망을 모방해 정보를 병렬적으로 처리하고 학습하는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이다. 기존 컴퓨터처럼 메모리와 연산 장치가 분리된 구조와 달리, 시냅스 소자가 기억 저장과 연산 기능을 동시에 수행해 고속·저전력 연산이 가능하다. 특히 스파이킹 신경망(SNN) 기반 뉴로모픽 시스템은 뇌의 뉴런이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 시간 간격을 학습의 단서로 활용해 학습과 추론을 동시에 수행하는, 뇌와 유사한 계산 구조를 구현한다.
지금까지 개발된 대부분의 뉴로모픽 소자는 한 방향(단극성)으로만 전류를 조절할 수 있어 시냅스가 전달하는 신호의 강도(가중치)를 양(+)·음(-) 두 방향으로 자유롭게 바꾸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하나의 시냅스 기능을 구현하려면 두 개의 소자를 한 쌍으로 연결하는 듀얼 시냅스 구조가 필요했다.
하지만 회로가 복잡해지고 전력 소모가 늘어나며 집적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있어 대규모 뉴로모픽 칩을 구현하는 데 큰 걸림돌이었다. 전류를 한쪽 방향으로만 조절할 수 있는 단극성 특성으로 정보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동적 범위가 좁아 학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기존 소프트웨어 기반 인공신경망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차원(2D) 반도체라는 얇은 층의 신소재 두 가지(이황화레늄(ReS₂, n형)과 이셀레늄화텅스텐(WSe₂, p형)을 결합해 전류가 흐르는 방향을 제어할 수 있는 특수 pn 접합 구조를 만들었다. 그 아래에 플라즈마 공정으로 부분적으로 산화시킨 절연층(육방정계 질화붕소, h-BN)을 삽입해 전류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광전자 시냅스 소자를 제작했다. 이를 통해 시냅스 가중치를 양(+)·음(-) 방향으로 안정적이고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새로 완성한 광전자 시냅스 소자는 시뮬레이션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소자를 적용한 AI 신경망은 얼굴을 인식하는 정확도가 95%에 이르러 기존 단극성 소자 기반 신경망(75% 이하)보다 20% 이상 향상된 성능을 보였다.
단일 소자만으로 양방향 인공 시냅스를 구현한 첫 사례로 기존 하드웨어 신경망의 구조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한 것으로 평가한다. 고집적·저전력 AI 반도체(뉴로모픽 칩) 구현을 앞당길 핵심 기술로 향후 이미지 인식·패턴 분석 등 온칩 학습 기반의 실시간 AI 처리 시스템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강동호 교수는 “단일 소자에서 양방향 시냅스 전류를 구현한 이번 연구는 뉴로모픽 하드웨어의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술적 돌파구”라며 “향후 실시간 학습과 적응이 가능한 초저전력·고성능 AI 반도체 개발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