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3년]<1>새로운 AI 질서가 시작됐다

카카오 미디어데이가 2월 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렸다.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가 무대에 오르며 정신아 대표와 악수하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카카오 미디어데이가 2월 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렸다.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가 무대에 오르며 정신아 대표와 악수하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2022년 11월 출시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3년 만에 글로벌 산업 지형을 바꿨다.

도입 초기 '세종대왕 노트북' 사건으로 한때 농담처럼 언급되던 챗GPT는 더이상 없다. 생성형 AI는 문서 작성, 코드 보조, 콜센터 자동화, 마케팅 카피 생성 등 업무 전반에 적용되며 '챗GPT발 AI 산업혁명'의 문을 활짝 열었다.

AI 전환 속도는 기존 혁신 속도를 압도한다. 챗GPT는 출시 5일 만에 100만명, 약 2개월 만에 월간활성사용자(MAU) 1억명에 도달했다. 2025년 10월 기준 주간활성사용자수는 약 8억명, 기업 고객 역시 100만개 이상으로 발표됐다. 유료 이용자 규모는 1000만명으로 추정된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2023년 1월 초 약 290억달러(한화 약 42조원)로 평가되던 기업가치가 2025년 약 5000억달러(약 733조원) 수준까지 뛰어 올랐다. 3년도 되지 않아 기업가치가 17배 이상 뛰었다.

검색엔진 패러다임을 바꾼 구글이 2004년 상장 후 시가총액 1조달러 도달까지 15년이 걸렸다. 인터넷·모바일 시대 그 어떤 서비스보다 성장세가 가빠르다.

챗GPT를 필두로 한 대화형 인공지능(AI)은 단순한 애플리케이션을 넘어, 수백조원 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를 견인하는 '세계 최대 IT 프로젝트'의 엔진이 됐다.

AI 개발에 필수 인프라인 GPU는 사실상 'AI 시대의 원유'로 자리매김했다. 최대 수혜자인 엔비디아는 생성형 AI 연산을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용 GPU 시장에서 90% 이상의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2022년 3분기 매출은 약 71억달러(약 10조원)이며, 19일 발표를 앞둔 3분기 예상 매출은 549억달러(약 80조원)이다. 3년 만에 8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연간 매출이 2028년에는 3000억달러(약 440조원)를 돌파, 세계 반도체 산업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는다.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은 AI 모델, 플랫폼, 데이터센터로 이어지는 수백조원 규모의 인프라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사실상의 AI 패권 경쟁에 돌입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는 “챗GPT가 몰고 온 가장 큰 변화는 일반인의 인식과 행동이 바뀌었다는 점”이라며 “인터넷과 아이폰 등장 때처럼, 기술 혁신은 결국 일반 시민이 받아들일 때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닷컴 버블이 플랫폼 시대를 열었듯, 지금의 AI 열풍도 새로운 전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AI 생태계에서 필수 공급망의 일부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를 앞세워 엔비디아의 주력 AI 반도체 부품 등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 사피온코리아가 합병하며 최초의 AI 유니콘 기업 탄생이 탄생했다. 전 세계적으로 AI 유니콘 기업이 500여개 이르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퓨리오사AI까지 총 2개다.

정부는 2027년까지 글로벌 AI 유니콘 5개 육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다만 플랫폼과 파운데이션 모델, 글로벌 서비스 측면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아직 제한적이다.

챗GPT 3년이 만들어낸 새로운 AI 질서 속에서, 한국이 '부품 공급국'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다.

<편집자주> 챗GPT 3년 시리즈 기사 제목

1. 글로벌 IT 산업 재편

2. AI, 일하는 방식을 바꾸다

3. 일상생활 깊숙이 파고든 AI

4. AI 신뢰성·안전성 과제

5. AI로 날카로워지는 보안 위협

6. AI 3강을 향한 한국의 선택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