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텐츠 제작 단계의 탄소배출을 요구하는 글로벌 기준이 강화되자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도입에 나서고 있다. 제작 공정별 배출량을 직접 계량하는 사례가 늘며 현장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방송영상 제작 단계의 탄소배출을 계량하는 '탄소배출계산기 초안'을 공동 개발하는 등 친환경 제작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2023년 블랙핑크 콘서트에서 조명, 세트, 장비·인력 이동, 관객 이동, 폐기물 등 7개 영역의 배출량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며 '지속가능 공연' 모델을 마련했다. SM엔터테인먼트도 '스마일 뮤직 페스티벌'에서 공연 제작 과정의 탄소배출량을 자체 계량하고 향후 대형 공연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기후공시법과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면서 콘텐츠 기업 역시 제작 단계의 탄소데이터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해외 미디어 기업들도 환경·지속가능성 기준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공식 ESG 페이지에서 “비즈니스 파트너 및 벤더와 함께 가치사슬의 탈탄소화를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디즈니 역시 “환경 영향을 추적하는 공급업체와 협력한다”고 밝히는 등 공급망 ESG 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콘텐츠 글로벌 공급망에는 제작·촬영·장비 등 다양한 협력사가 포함되는 만큼, 이러한 변화는 국내 제작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제작 단계의 환경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콘진원이 최근 발간한 '콘텐츠산업 장르별 탄소배출계산기 개발 필요성' 보고서는 국내 제작 환경의 구조적 공백을 짚었다.
보고서는 해외가 영화·방송·공연·게임 등 장르별 특성에 맞춘 탄소배출계산기를 표준화해 활용하는 반면, 한국은 제작 단계별 배출항목 설계, 배출계수, 산업 단위 배출 데이터베이스(DB) 등 기본적 측정 체계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산업 전체 배출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국제 규범 대응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응 방향으로는 △장르별 맞춤형 탄소배출계산기 개발 △국내 실정 기반 배출계수·DB 구축 △제작 현장 중심 인센티브 체계 마련 등을 제시됐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