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대한민국 미래, K기술 글로벌화에 달렸다

박종석 킬사글로벌 공동대표
박종석 킬사글로벌 공동대표

오늘날 K팝, K드라마, K푸드는 유튜브와 틱톡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자연스럽게 확산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태어난 콘텐츠는 스스로 팬덤을 구축하며 유통된다. 그러나 기술 기반 혁신은 전혀 상황이 다르다. 인증, 테스트, 파일럿 프로젝트, 현지 파트너 확보, 정부 승인 등 수많은 글로벌 장벽을 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의 실행력과 이를 뒷받침할 '사람'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한국에는 훌륭한 기술과 솔루션을 보유한 중소·강소기업이 많지만, K팝만큼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기술 기반 비즈니스는 제도와 인프라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려야 성장할 수 있는 복합적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세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기술 그 자체보다 이를 글로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근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시장 진출 전략은 단순한 '현지화(Localization)' 단계를 넘어, 현지 파트너와 '가치를 공동 창출(Co-Creation)'하고 '생태계를 구축(Ecosystem Building)'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트렌드 변화 속도는 더 드라마틱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금 한국의 내수시장은 외형적 축소는 물론 산업별 수요의 전문화와 기술적 요구 수준의 고도화로 인해 혁신기업이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의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다수의 기업이 여전히 인구 5000만 국내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필수 과제다.

지난 10년간 킬사글로벌은 글로벌 현장에서 한국 기술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함께했다. 그 과정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갖추고도 뚜렷한 성과로 이어가지 못한 사례를 자주 마주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글로벌 진출을 바라보는 인식과 접근 방식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먼저 영어 구사력이 곧 글로벌 경쟁력이라 믿는 것이다. 해외 유학 경력이나 영어 능력을 갖춘 임직원이 있다고 해서 글로벌 사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 다음으로는 기술 자체가 솔루션이며 시장이 저절로 열릴 것이라는 착각이다. 기술은 기업 핵심 경쟁력이지만, 그것만으로 비즈니스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어느 나라든 그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가 있다. 그 문제를 자사 기술로 해결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훈련이 필요하다.

겉으로는 글로벌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원 배분에 인색한 경우도 많다. 이런 기업들은 대개 '정부 지원금이 있으면 나가고, 없으면 안 나간다'는 식으로 접근하며, 전체 운영비 10%조차 투입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글로벌 성과를 기대한다. 더 심각한 경우, 글로벌 성장을 투자 유치나 상장을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하기도 한다. 최고경영자가 글로벌 비즈니스 추진과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담당자에게 전적으로 위임한 채 보고만 받는 경우도 흔하다.

반면 세계 각국은 기술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막대한 기술 투자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작지만 강력한 기술력과 글로벌 벤처캐피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산업별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한국의 혁신기업들이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국가 경쟁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향후 30년, 대한민국 미래는 강소기업의 글로벌화에 달려 있다. 대기업의 뒤를 쫓는 대신 새로운 가치와 시장을 개척하는 글로벌 주체가 되어야 한다.

세계로 나가겠다는 의지, 그리고 그 의지에 걸맞은 실행력 있는 리더십을 갖추는 것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의 DNA다. 이제 대한민국 기술기업들은 '글로벌 DNA'를 탑재해야 한다.

박종석(필립 박) 킬사글로벌 공동대표 philip@kilsa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