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S 멈춘 한국(중)] 산업 생태계 붕괴…10년 공들인 기술도 철수 직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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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사업 중단에 따른 산업계 피해가 본격화되고 있다. 실증 위주 구조에 관련 기업들의 사업 기반이 약해지면서 조직 축소 및 철수 검토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진행된 C-ITS 실증 사업 일부에서 적자 참여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세종과 판교-신갈 구간에서 진행된 LTE-V2X 실증이 대표적이다. 해당 실증의 사업비는 5억원 수준으로, 당시 다수 기업이 비용 손해를 감수하고 참여했다. 본사업 개시에 따른 미래 시장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6월 실증 결과를 기반으로 정부가 본사업 계획을 세우겠다고 해 이번엔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며 “수익이 아니라 사업이 열리길 바라며 버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의 기대와 달리 내년 정부 예산안에 C-ITS 관련 항목이 빠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전담 인력이 20명 이상이던 팀을 절반으로 줄인 곳도 있고, 양산·인증까지 준비해 온 기술기업들은 국내 발주가 끊기자 해외 프로젝트 비중을 늘리고 있다.

V2X 모뎀 개발에 투자해 온 A사는 국내 로드맵 부재로 양산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채 해외 인증 프로젝트로 방향을 틀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산 칩을 어렵게 개발했지만 적용처가 없으니 해외 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하이웨이와 고속도로 LTE-V2X 실증까지 꾸준히 참여해 온 B사는 국내 매출 부진으로 지배구조와 사업 구성을 재정비하고 있다.

당장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곳도 적지 않다. V2X 장비업체 C사 대표는 “기술은 준비해왔지만 정책 로드맵이 없어 앞으로 어떤 투자를 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력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관련 사업을 축소한 대기업·중견사에서 빠져나온 전문 인력이 스타트업으로 옮기고 있지만 “정책 공백이 길어지면 이 흐름도 오래가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생태계가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는 데 수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업계는 “지금 필요한 건 더 많은 기술 개발이 아니라 확산을 위한 정책 신호”라고 입을 모은다. 지자체 발주가 끊기면 민간 투자가 줄고 인력과 기술이 빠져나가며 해외 의존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C-ITS는 교차로 충돌 예방, 보행자 보호, 긴급차량 우선신호 같은 핵심 안전 서비스의 기반”이라며 “정책이 멈추면 산업도 같이 멈출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C-ITS 멈춘 한국(중)] 산업 생태계 붕괴…10년 공들인 기술도 철수 직면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