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총괄 체제 폐지하고 계열사 중심 경영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그룹 비즈니스 혁신 주도…롯데바이로로직스 각자 대표도 역임
롯데그룹이 초고강도 인적 쇄신에 나섰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턴어라운드를 위한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유통·건설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0명이 교체됐다. 그동안 그룹을 이끌어온 부회장 4명 전원이 용퇴를 결정하고 그룹 전체 60대 이상 임원 중 절반이 퇴임하는 등 전례 없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은 그룹 비즈니스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도 맡았다.
롯데는 26일 롯데지주 포함 36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그룹은 지난 9년간 유지한 사업 총괄 체제(HQ)를 폐지하고 각 계열사 중심 독립경영·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계열사별 대표와 이사회가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자율 경영 구조로 전환한다. 다만, 롯데 화학군은 전략적 필요에 따라 포트폴리오 전략(PSO) 조직으로 변경하고 사업군 통합 거버넌스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주사 체제도 실무형으로 개편된다. 롯데지주는 재무혁신실장인 고정욱 사장과 경영혁신실장인 노준형 사장의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다. 두 대표는 재무 및 경영관리, 전략 및 기획 등 전문 분야를 분담한다. 그룹 전반의 재무 건전성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할 예정이다.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에는 최영준 전무, 경영혁신실장에는 황민재 부사장이 각각 내정됐다.
세대교체도 거침없이 진행됐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등 4명의 부회장단이 모두 일선에서 물러났다.

유통과 건설 등 그룹의 핵심 축을 이루는 주요 계열사에서는 CEO 20명이 교체됐다. 롯데백화점 신임 대표이사에는 1975년생인 정현석 아울렛사업본부장이 역대 최연소로 발탁 승진했다.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에는 차우철 롯데GRS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해 내정됐다. 롯데건설 대표이사에는 오일근 부사장이 발탁됐다. 롯데e커머스는 추대식 전무가 대표를 맡아 구조조정과 턴어라운드 전략을 이어간다.
관심을 모았던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의 역할은 그룹의 신성장동력 확보에 집중되면서 한층 확대됐다. 신 부사장은 롯데지주에 신설되는 전략컨트롤 조직에서 그룹 비즈니스 혁신을 주도한다. 동시에 박제임스 대표와 함께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를 맡아 바이오 위탁생산개발(CDMO) 사업을 진두 지휘하게 됐다.
한편, 롯데는 직무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연령이나 직급 연한에 상관없이 중용한다는 인사 철학을 재확인했다. 실제로 65세 김송기 롯데호텔 조리R&D실장 등 성과 탁월자를 발탁 승진시키는 한편 전체 신임 임원의 10%를 여성 인재로 채웠다.
롯데그룹 측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신속한 변화 관리와 실행력 제고를 위한 성과 기반 수시 임원인사와 외부 인재 영입 원칙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