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부터는 반도체 소부장·차세대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등 3대 공급망 취약 분야를 겨냥한 기술개발 지원과 테스트베드 기반 분석·평가를 확대하며, 경기도 반도체 기술센터를 중심으로 도내 기업의 실증과 사업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융기원의 지원으로 성장하고 있는 비에스테크닉스, 아르고, 칩스케이, 테크밸리 등 경기도 반도체 기업을 차례로 조명한다. 인덕션 솔더링과 3차원(3D) 회로, 고신뢰 전력·센서 모듈, 테스트·계측 장비, 패키징·공정 솔루션 등 각사가 가진 핵심 기술이 반도체 공급망의 빈칸을 어떻게 메우고 있는지, 그리고 '경기형 반도체 생태계'가 이들의 연구개발·양산·글로벌 진출과 어떤 방식으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지 현장에서 살펴본다.

보안 시스템온칩(SoC)와 스마트에너지 반도체를 앞세운 팹리스 아르고(대표 박준규)가 이벤트 기반 비전 AI 칩과 서비스형 시스템온칩(SoCaaS) 모델을 축으로 로봇·모빌리티·스마트시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르고는 2009년 설립 이후 ARM 디자인 파트너 등록, 에이디테크놀로지 자회사 편입 등을 거치며 설계 역량을 키워왔다. 최근에는 스마트그리드 기반 스마트미터링, 국가암호모듈검증제도(KCMVP) 지원 통합 SoC 개발로 한국전력 지능형 검침 인프라(AMI·AMIGO) 사업에 참여하고, 국가기관용 스마트 시큐리티 SoC를 양산하며 보안·에너지 특화 팹리스로 자리 잡고 있다.
주력 개발 제품인 '린세우스-비전(Lynceus-Vision)'은 이벤트 기반 이미지센서인 동적 비전 센서(DVS)와 스파이킹 신경망(SNN) 기반 신경망 처리장치(NPU)를 결합한 비전 인공지능(AI) 칩이다. DVS는 화면 전체 대신 밝기 변화가 있는 픽셀만 이벤트로 출력해 데이터량과 전력 소모를 줄이고 지연시간(latency)을 최소화한다. 여기에 SNN NPU를 더해 합성곱 신경망(CNN) 기반 NPU보다 저전력·저지연 구조를 구현하고, 이벤트 데이터만으로 즉각적인 비전 인식을 지향한다.
이 같은 이벤트 기반 비전 AI 구조는 카메라와 클라우드 서버 중심 처리 방식과 달리, 엣지(단말) 단에서 실시간 처리가 가능해 네트워크 부담을 줄이면서도 돌발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로봇과 자율주행, 감시카메라, 산업 설비 상태 모니터링 등에서 에너지 효율과 운영 비용 절감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르고의 비즈니스 모델은 SoCaaS로 요약된다. 15년 이상 축적한 설계·소프트웨어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 검증된 중앙처리장치(CPU) 플랫폼에 고객 맞춤형 기능을 더해 SoC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신규 고객사는 완전 신규 설계 대비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다수 제품에서 검증된 플랫폼을 써 양산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업의 두 축은 스마트에너지와 스마트시큐리티다. 아르고는 암호·인증 기능을 칩 수준에서 구현한 하이브리드 보안 SoC로 KCMVP 인증을 획득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전력 AMIGO, 국가기관용 스마트 시큐리티 SoC 공급을 확대 중이다. 스마트에너지 영역에서는 전력 계량·양방향 통신·보안 기능을 통합한 SoC로 스마트미터·분산전원·전력 인프라용 솔루션을 제공하고, 향후 AI를 접목해 데이터 수집 효율과 이상 상황 감지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핵심 원천기술로는 상보성 금속산화막 반도체(CMOS) 이미지센서용 영상처리신호기(ISP), DVS 센서용 동적 비전 센서용 이벤트 신호 처리기(ESP), 스마트에너지용 전력 계량 지식재산권(IP), 위·변조 방지(anti-tampering) 기술 등이 있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KCMVP 인증, DVS 후처리 관련 특허를 더해 보안·이미지·센싱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아르고는 DVS와 SNN NPU를 연결하는 전처리 기술, 다양한 데이터 포맷·크롭(crop)·노이즈 필터링을 포함한 DVS 전·후처리 모듈, DVS·CMOS 센서 결합 스테레오(stereo) 기능 등을 앞세워 글로벌 뉴로모픽 비전 칩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스마트에너지·보안 SoC를 기반으로 보안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로 확장하고,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는 중동·중앙아시아 진출도 모색한다.
박준규 대표는 “초고가 SoC 위주의 경쟁보다 보안 SoC와 융복합 기술, 애플리케이션 특화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분야에 집중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향하고 있다”며 “AI 서버용 보안·AI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도 서버 전문 기업과 협력을 넓혀, 기술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박민경 도 반도체산업과장은 “팹리스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우리나라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2% 정도 수준으로 글로벌 산업에 비해 국내 생태계가 아직까지는 취약한 분야”라며 “이미징·센싱 등 특화 응용 칩 개발 역량을 갖춘 아르고와 같이 기술 특장점을 가진 팹리스 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미래 시스템반도체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 경기도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