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 시장 침체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을 자산 보유 전략으로 채택한 미국 상장사들의 주가도 줄줄이 급락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 재무기업(DAT) 전략이 역풍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DAT 주간 유입액은 7월 14~20일 55억8000만달러(8조1839억원)로 정점을 찍은 뒤, 10월 13~19일 3677만달러(539억원)까지 급감했다. 11월 17~23일에는 8억5960만달러(1조2610억원)로 다소 반등했지만, 여전히 정점 대비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대표적 DAT 상장사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는 지난 3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주가가 189.92달러를 기록하며, 한 달 새 23.73% 하락했다. 연초 대비로는 약 50% 가까이 빠졌다. 가상자산 시장 약세에 더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출 우려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결과다.
비트코인을 대규모 보유 중인 상장사들도 일제히 약세를 면치 못했다. 마라홀딩스(MARA)는 같은 기간 24.97% 하락했고, 트웬티원캐피탈(XXI)도 23.73% 떨어졌다. 일본의 비트코인 보유 전략 기업인 메타플래닛도 12.22% 하락했다.
이더리움을 다량 보유한 기업들도 약세를 보였다. 전 세계 이더리움 보유 규모 기준 1, 2위 기업인 비트마인(BMNR)과 샤프링크 게이밍(SBET)은 같은 기간 각각, 20.09%, 9.32% 하락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가상자산 시세 하락과 맞물려 있다. 4일 오후 2시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BTC)은 9만3292달러로 한 달 새 12.4% 하락했고, 이더리움(ETH)은 11.9% 내린 3191달러를 기록했다. 일본은행(BOJ)의 매파적 기조 전환 우려, 엔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 미국 금리와 유동성 경계 심리가 겹치며 지난 두 달간 약세 흐름이 지속된 영향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자산을 보유해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이 상승장에서는 주목을 받을 수 있지만, 시장 조정기에는 재무적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자산 변동성이 높은 만큼 외부 충격에 더욱 민감한 구조”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DAT 유입 급감 현상을 기관투자가들의 가상자산 투자심리 위축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코인마켓캡 '공포·탐욕 지수'는 27포인트로 공포(Fear) 단계에 진입해 있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투자심리가 위축됐음을 나타낸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