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속 굿즈 위해 밤새운 팬들… '게임' 비중 높인 AGF, 안전관리 뒷말

AGF 2025 스마일게이트 부스
AGF 2025 스마일게이트 부스

혹한 속에서도 킨텍스에 몰린 서브컬처 팬들의 열기가 연말 최대 콘텐츠 행사 'AGF 2025'를 뜨겁게 달궜다. 스마일게이트가 메인 스폰서로 나선 가운데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국내 주요 게임사가 대거 행사에 참여하며 지스타의 아쉬움을 달랬다. 동시에 한정판 굿즈를 기다리는 '밤샘 대기줄'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며 안전관리와 조직위 운영 미숙은 여전한 숙제로 남았다.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 앞은 늦은 밤은 물론 이른 아침까지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폭설과 영하 강추위에도 일부 관람객은 새벽 첫차로, 또 일부는 전날 밤부터 건물 내부에 자리를 잡고 입장을 기다렸다. 오픈런 대기열은 행사 시작 전 길게 늘어서며 서브컬처 시장의 확장된 저변을 증명했다.

올해 AGF는 스마일게이트가 공식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며 사실상 '게임 행사' 성격을 강화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에픽세븐'과 신작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를 대형 부스로 선보였고, 김형섭 AD가 참여하는 아트 이벤트 등 팬 경험 중심의 프로그램을 배치했다. 그동안 애니 기반 부스 중심이던 AGF의 위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엔씨소프트도 처음으로 AGF에 참여해 이목을 끌었다. 내년 상반기 글로벌 출시 예정인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부스를 마련하고 코스프레 쇼, 미니게임, 굿즈 이벤트를 운영하며 서브컬처 팬덤 저변 확대에 나섰다.

AGF 2025 네오위즈 브라운더스트2 부스
AGF 2025 네오위즈 브라운더스트2 부스

네오위즈 '브라운더스트2'는 인기 코스플레이어 10여 명을 대거 초청해 행사장 인파를 집중시키며 존재감을 부각했다. 부스 주변 포토존은 행사 내내 길게 줄이 이어졌다. 넥슨과 넷마블, NHN, 시프트업 등 주요 게임사도 체험 부스와 팬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사실상 '지스타 이후 최대 게임 행사'라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반면 행사 외연이 커진 만큼 운영의 허점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대규모 관람객이 몰리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다중밀집시설에서 이뤄지는 행사 대부분이 기본적으로 적용된 보안 검색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우려를 낳았다.

AGF 2025 엔씨소프트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부스
AGF 2025 엔씨소프트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부스

추위 속 밤샘 대기 인원을 통제하지 못한 장면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른바 '밤샘 대기조'로 인한 민원과 안전 우려가 매년 지적됐음에도 조직위 차원의 구조적 대책이 부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가사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다수의 게임사 관계자는 “조직위가 미디어 대응에 제대로 협조를 해주지 않고 부스 동선 배치도 허술하게 이뤄져 혼선이 컸다”고 토로했다. 전시 규모가 커졌음에도 조직위의 전문성이 행사 성장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조직위를 구성하는 주최사들이 애니플러스, 대원미디어, 소니뮤직, 디앤씨미디어 등 애니·출판·음악 중심으로 꾸려져 게임 전시 운영에 대한 전문성이 낮다는 한계도 노출됐다. 일부 주최사 부스가 굿즈 판매에 집중하며 상업적 활동 위주로 편성된 점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