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의 평범한 일상 속 아이러니와 사회상을 독특한 시선으로 포착해 온 영국의 세계적인 사진작가 마틴 파(Martin Parr)가 잉글랜드 브리스틀 자택에서 향년 73세로 별세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BBC 방송 등 주요 외신이 그의 부고를 일제히 보도하며 사진계의 큰 손실을 알렸다.
마틴 파는 일상의 작은 파편들을 통속적이고 강렬한 색채로 담아내며, 장난스럽고 유머러스한 표면 아래 날카로운 사회 비판을 숨기는 작업 방식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은 종종 사회적 논쟁을 일으키며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경계를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20년 인터뷰에서 “나는 엔터테인먼트로 위장한 진지한 사진을 찍는다”며 “보편적 진실을 찾을 수 있는 순간을 짚어내고자 한다”고 자신의 철학을 피력한 바 있다.
1980년대 머지사이드 뉴브라이튼의 서민 휴가 모습을 담은 대표작 '마지막 휴양지(The Last Resort)'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1994년부터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집단인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의 회원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마틴 파는 영국인의 일상을 포착한 작업으로 가장 유명하지만, 북한, 알바니아, 러시아 등 전 세계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주제의 사진을 남겼다. 70대 노년에도 창작 활동을 멈추지 않았으며, 최근 자전적 사진집 '아주 게으르고 산만한(Utterly Lazy and Inattentive)'을 출간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수지 파와 딸 엘렌 파가 있다.
김명선 km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