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광견병으로 사망한 남성의 신장을 이식받은 수혜자가 5주 만에 같은 병으로 사망했다. 광견병은 장기 기증에서 필수 검사 항목이 아니기 때문에 검사가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기증자는 아이다호주 외곽 지역에 거주하는 남성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남성은 지난해 10월 야생 스컹크가 발톱으로 정강이를 할퀴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약 5주 만에 남성은 환각 증상을 보였으며 걷기와 삼키기가 어려워지고 목이 뻣뻣해지는 증상을 느꼈다. 증상이 시작된 지 이틀 만에 남성은 결국 심장마비로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게 됐다. 이후 남성의 왼쪽 신장, 심장, 폐, 두 개의 각막이 센터에 기증됐다.
문제는 그의 신장을 이식받은 수혜자에게서 비슷한 증상이 시작된 것이다. 이식 수술 5주 만에 떨림, 쇠약, 정신 착란, 요실금 등 증상이 시작됐다. 일주일 후에는 발열, 물 공포증 등 전형적인 광견병 증상도 시작됐다. 결국 수혜자는 병원 입원 일주일 만에 사망했다.
수혜자는 사후 광견병 양성 판정을 받았다. 병원 측은 수혜자의 증상이 기증자가 보인 증상과 같다고 판단, 기증자 오른쪽 신장 조직을 분석한 결과 동일한 균주의 광견병 바이러스를 확인했다.
신장 외에도 기증자의 각막과 안구 등이 이미 세 사람에게 이식된 상태였다. 병원 측은 즉각 다른 수혜자에게 연락해 이식된 각막과 안구를 제거했다. 3명 중 1명에게서 광견병 양성 반응이 확인됐으나, 증상은 없었기 때문에 예방약으로 치료받고 있다.
CDC는 “미국에서 인간에게서 광견병이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고 진단 검사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에 장기 기장에서 광견병 검사는 실시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례는 매우 예외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78년 이후 장기 기증으로 광견병이 전파된 사례는 4건이다. 4명의 장기 기증자로 인해 13명이 광견병 양성 반응을 보였으며, 7명이 숨지고 6명이 생존했다.
광견병은 개, 너구리, 박쥐, 코요테, 여우 등 감염된 동물의 타액을 통해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증상이 발현된 후에는 치명률이 100%에 가까울 정도로 치료가 어렵지만 증상 발현 전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경우 생존하기도 한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