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경쟁이 포화되면서 플랫폼들이 스포츠 예능으로 외연 확장에 나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축구·야구 등 전통 인기 종목 위주로 스포츠 예능을 다뤄온 OTT 플랫폼들이 최근 모터스포츠·격투·e스포츠 등 전문 종목으로 콘텐츠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예능적 재미를 넘어 종목 자체의 규칙·전략·기술을 깊이 있게 다루는 포맷이 부상하면서, 스포츠 예능은 OTT 차별화의 핵심 장르로 부상했다.
글로벌 OTT는 스포츠 서사를 핵심 장르로 확장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포뮬러1: 드라이브 투 서바이브'는 전문 종목 예능 성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F1의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높이며 스포츠 서사 콘텐츠의 잠재력을 증명했다. 스포츠 지식재산(IP) 스토리텔링의 표준 모델을 만들어 냈다.
국내에서도 OTT 경쟁이 포화되면서 플랫폼들은 장르 개척 능력을 차별화 요소로 삼기 시작했다. 티빙이 선보인 모터스포츠 예능 '슈퍼레이스 프리스타일'은 국내 OTT가 스포츠 예능을 전문 종목으로 확장하는 흐름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한국형 스포츠 포맷을 구축하기 위한 첫 단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OTT의 유연한 제작 환경은 이번 실험의 주요 동력으로 평가된다. 출연자 구성부터 회차·연출 방식까지 제약이 적어 모터스포츠처럼 난이도 높은 소재도 과감히 포맷화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CJ그룹이 오랜 기간 '슈퍼레이스'를 자체 운영해온 점 역시 이번 콘텐츠가 구현될 수 있었던 기반으로 작용했다.
티빙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는 흥행 중심의 단기 성과에 국한되지 않고, 야구 중계나 스포츠 콘텐츠를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에서 비롯된 새로운 시도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 예능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플랫폼 차별화의 전략적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문 종목이 속속 예능화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OTT들의 스포츠 예능 전략은 앞으로 더욱 고도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예능이 글로벌에서 성장세가 멈춘 이유는 새로운 포맷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OTT가 스포츠 기반 장르에 도전하는 건 지금 당장 화제성을 얻기 위한 투자가 아니라, 향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K버라이어티를 만들기 위한 선행 투자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