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유화가 중국 석유화학 제품 공습 위기의 유일한 타개책으로 '스페셜티' 전략을 꼽았다. 기업들의 적극적 연구개발(R&D)을 위한 정부의 실증화센터 지원도 촉구했다.
김영환 대한유화 책임연구원은 10일 '글로벌 소재·부품·장비 테크페어 2025'에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은 생산량의 3분의 2를 수출하는데 중국·인도 등이 급격히 증산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며 “패스트 팔로워, 퍼스트무버 전략에 기반한 스페셜티 제품 확대가 시급한 이유”이라고 밝혔다.
석유화학 업계에는 최근 글로벌 공급 과잉이 고착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은 2004년 석유화학 기초 재료인 에틸렌 생산 능력이 세계 7위였으나 지금은 1위에 올랐다. 또 다른 기초 재료인 프로필렌 생산능력도 급격히 늘렸다.
이는 우리나라에 직격타가 됐다. 한국 석유화학 업계는 과거부터 대중국 수출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에틸렌과 프로필렌 기반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와 '폴리프로필렌(PP)'을 중국에 수출하며 성장을 이어왔다. 이 둘은 플라스틱 재료다.
김 책임은 “2018년 국내 HDPE의 전체 수출의 약 52%를 중국이 차지했으나 2023년 39%로 급감했고, PP도 같은 기간 32%에서 23%로 크게 줄었다”며 “스페셜티 전략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이유”라고 강조했다.
대한유화는 수요 계열사가 없어 독자 생존해야 했기에 2000년대부터 스페셜티 비중을 넓혔다고 소개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수익성을 높이는데 집중했다. 이에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UHMWPE) 시장 3위, 배터리 분리막용 고기능 폴리에틸렌(VHMPE) 세계 1위 업체로 거듭났다.
김 책임은 새로운 제품 구상을 하더라도 수요 불확실성으로 시제품 생산 결정부터 난관에 부딪히는 등의 어려움이 있지만, 스페셜티 전략은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책임은 “생존을 위해서는 반도체·인공지능(AI)·전기차·로봇·헬스케어 등 미래 핵심 산업과 연계한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며 “정부도 기업들의 시제품 생산을 위한 '실증화센터' 구축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