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제조 현장간 간극 좁힌다'…중기부, 제조AI 전문기업 육성 시동

컴업 2025 첫 '제조AI 솔루션 피칭데이'…152개 솔루션 경쟁
더블티·시즐·솔버엑스·퍼즐데이터 등 '현장형 제조AI' 4개사 최종 선정
중기부 “제조 AI 전문기업 500개 육성 목표”

인공지능(AI) 전환의 필요성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지만, 중소 제조 현장은 여전히 출발선에 서 있다. 기술·인력·투자 여건의 '3중고' 속에서 많은 기업이 “효과를 확신하기 어렵다”며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당장 공장에서 써볼 수 있는, 검증된 제조AI 솔루션'을 한자리에 모아 공개하는 실험의 장을 열었다.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COMEUP) 2025'에 처음 신설된 '제조AI 솔루션 피칭데이'다.

◇ '현장형 우수 제조AI' 최종 4곳 선정

컴업 주간에 열린 이번 경연에는 제조 가치사슬 전 분야(기획·설계, 생산·공정, 구매·물류, 경영지원)에서 모인 152개의 솔루션이 경쟁을 펼쳤다. 스타트업 86개사, 글로벌·도약 66개사가 참여한 이번 경연의 경쟁률은 38대 1에 달했다. 본선 무대에서 10개 기업이 발표하는 동안 제조업 종사자로 구성된 청중평가단은 '현장 적용 가능성'을 기준으로 즉석 YES·NO 리모컨 투표를 진행하며 현장의 긴장감을 높였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가운데)이 컴업 2025 행사 기간에 열린 '제조 인공지능 솔루션 피칭데이'에서 제조 AI 솔루션 공모전 수상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가운데)이 컴업 2025 행사 기간에 열린 '제조 인공지능 솔루션 피칭데이'에서 제조 AI 솔루션 공모전 수상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스타트업 부문 대상은 '더블티'가 수상했다. 더블티의 '헤임달(HAIMDALL) 산업안전 AI'는 실시간 위치추적과 CCTV 영상 AI 위험패턴 분석을 결합해 작업자의 위치·행동·위험상황을 실시간 감지하는 산업안전 솔루션이다. 특히 중대재해로 이어지기 쉬운 사각지대 사고, 근로자 접근 위험구간 등을 즉각 경보하며 LED·사이렌·관제센터와 연동된 대응 체계를 갖춘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도약 부문 대상은 시즐의 'SIZL Agentic 제조 AI Copilot'이 선정됐다. 이 솔루션은 단순 데이터 분석을 넘어 PDCA·OKR 기반 문제 파악, MES·ERP·액셀 등 이기종 데이터 통합 분석, 원인 진단부터 개선안 제시, 실행 추적까지 이어지는 지속형 AI 컨설팅 기능을 제공한다. 기존 컨설팅 대비 분석 속도를 크게 높이고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는 평가다.

우수상에는 솔버엑스의 Physics AI 기반 예측해석 솔루션 'AI Solver', 퍼즐데이터의 AI 프로세스 마이닝 기반 운영혁신 플랫폼 '프로디스커버리'가 각각 선정됐다.

선정된 4개 팀에는 중기부 장관 표창과 포상금이 수여됐으며, 1차를 통과한 101개 솔루션은 '제조AI 솔루션 101' 마켓맵으로 제작돼 공개된다. 상위 20개 솔루션은 홍보·투자 연계 지원을 받고 2026년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 추천 대상에도 오른다.

안광현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장은 “152개 신청만으로도 제조AI 생태계의 가능성이 충분히 확인됐다”며 “기술보다 현장 문제 해결에 집중한 흐름이 뚜렷했다”고 평가했다.

◇ 스마트제조혁신 3.0의 실험무대…중기부 “제조AI 도입 확산 가속”

이번 피칭데이는 정부의 'AI 기반 스마트제조혁신 3.0 전략'을 실제로 실험하고 가속하기 위한 전초기지 성격을 갖는다. 노용석 중기부 차관은 “솔루션기업이 제조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개발하고, 그 기술이 다시 현장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AI 중심 스마트공장 1만2000개 보급, 중소기업 AI 도입률 10% 달성, 제조AI 전문기업 500개 육성을 목표로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매년 제조AI 솔루션 공모전을 개최해 기업들이 다양한 AI 기술을 SaaS 기반으로 체험하도록 하고, AI 솔루션 보유 여부를 스마트제조기술 전문기업 지정의 핵심 기준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또 스마트공장 구축 기업에는 온프레미스 체계에 구독형 AI 서비스를 접목해 생산성 향상과 운영 효율화를 지원하고, 스마트공장 신규 도입 기업에는 AI 데이터 수집·분석·의사결정 중심 지원을 통해 AI 팩토리 전환 기반을 강화한다. 기술력과 시장성이 검증된 솔루션기업에는 AX 스프린트 연계 기술·투자 지원, CES 등 글로벌 전시회 참여, ODA 사업 협력 등 해외 진출 기회도 제공된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