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부터는 반도체 소부장·차세대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등 3대 공급망 취약 분야를 겨냥한 기술개발 지원과 테스트베드 기반 분석·평가를 확대하며, 경기도 반도체 기술센터를 중심으로 도내 기업의 실증과 사업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융기원의 지원으로 성장하고 있는 비에스테크닉스, 아르고, 칩스케이, 테크밸리 등 경기도 반도체 기업을 차례로 조명한다. 인덕션 솔더링과 3차원(3D) 회로, 고신뢰 전력·센서 모듈, 테스트·계측 장비, 패키징·공정 솔루션 등 각사가 가진 핵심 기술이 반도체 공급망의 빈칸을 어떻게 메우고 있는지, 그리고 '경기형 반도체 생태계'가 이들의 연구개발·양산·글로벌 진출과 어떤 방식으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지 현장에서 살펴본다.

산업용 X레이 검사 장비 기업 테크밸리(대표 김한석)는 '제품 속을 들여다보는 회사'다. 전기차 배터리가 제대로 조립됐는지, 반도체 칩 안에 보이지 않는 균열은 없는지 X레이로 확인한다. 1999년 설립 이후 X레이 이미징을 바탕으로 검사 장비와 소프트웨어, 자동화 시스템을 함께 제공하는 종합 검사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테크밸리 장비는 표면실장(SMT) 공정, 스마트폰·전자기기, 반도체 패키징, 전기차(EV) 배터리, 자동차 전장, 항공·방산 부품 등 '안에 뭐가 잘못됐는지' 확인해야 하는 공정에 들어간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안쪽에서 생기는 미세 균열이나 납땜 불량 등을 잡아내야 하기 때문에 3차원(3D) 구조와 서로 다른 재질이 섞인 부품 속을 고르게 보는 X레이 기술이 핵심이다.
대표 장비는 생산라인에 설치하는 자동 X레이 검사 장비와, 병원 CT처럼 부품 속을 3D로 보는 고해상도 3D X레이 장비다. 자동 장비는 라인을 지나가는 부품을 실시간으로 찍어 납땜 상태나 부품 누락을 골라내고, 3D 장비는 여러 방향에서 찍은 영상을 합쳐 미세 솔더 조인트나 복잡한 반도체 패키지 내부까지 분석한다.
테크밸리를 상징하는 'X레이 자동 칩카운터'는 릴(reel) 형태로 포장된 칩 부품 수량을 자동으로 세어 주는 장비다. 예전에는 사람이 일일이 세거나 샘플로만 확인했지만, 이 장비를 쓰면 실제 수량을 빠르게 파악해 재고 관리와 자재 투입을 자동화할 수 있어 라인 정지와 인력 낭비를 줄인다.
이런 장비는 반도체 패키징, 자동차 전장, 이차전지 셀·모듈, SMT 라인, 다이캐스팅 등 다양한 공정에서 이미 쓰이고 있다. 테크밸리는 국내외 전자제품 제조서비스(EMS) 기업 양산라인과 개발·품질 부서에 자동 X레이·3D X레이 장비를 공급하며 레퍼런스를 넓히고 있다.
김한석 대표는 “설비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영상 처리 알고리즘까지 X레이 시스템 전체를 직접 설계·개발하는 곳”이라며 “고객사마다 다른 검사 항목과 기준에 맞춰 장비와 프로그램을 함께 제안하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테크밸리는 한국첨단방사선영상분석원(KARAD)과 함께 초정밀 부품과 대형 고밀도 제품 X레이 촬영·분석 서비스도 제공한다.
항공우주 산업 비파괴검사(NDT) 분야 국제 프로그램인 디지털 방사선촬영(Nadcap NDT·DR) 인증도 취득해 항공·방산 부품에 요구되는 까다로운 검사 기준을 통과했다.
기술·특허 측면에서 테크밸리는 X레이 영상 분석 기반 자동 칩카운터, X레이 영상 획득 시스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겹침 패턴 자동 검사, 3D 스캔·재구성 기술 등을 자체 개발했다. 영상 처리, CT 재구성, 결함 분석 소프트웨어 관련 국내외 특허는 90여건에 달하며, 반도체·이차전지·항공부품 등 산업별 전용 검사 플랫폼 구축에 쓰이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측면에서는 필름 대신 디지털 X레이 방식을 도입해 폐필름과 현상액·세척액 같은 화학물질을 줄였고, 2023년 ESG 경영 체계 도입 이후 ESG 평가기관 에코바디스(EcoVadis) 브론즈도 받았다.
테크밸리는 기술이 주는 가치를 '시간·품질·비용'으로 정리한다. 자동 X레이와 3D 장비로 검사 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고, 미세 결함을 정확히 찾아 불량률과 폐기 비용을 낮춘다. AI 기반 자동 분석 기능은 검사자마다 다른 기준에서 생기는 편차를 줄여 공정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인다.
테크밸리는 앞으로 AI와 결합한 검사 플랫폼 고도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특화를 추진한다. 주요 해외 시장으로 공급을 넓히고, 검사 데이터를 활용해 공정 이상을 미리 감지하는 스마트팩토리형 품질 관리 솔루션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박민경 경기도 반도체산업과장은 “국내 분석기기 회사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구조로, 장비를 국산화해도 실제 납품까지 가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일에 가깝다”며 “테크밸리는 산업용 X선 CT 장비를 국산화하고 사업 기간 중 관련 기술로 매출까지 만들어낸, 앞으로 10년이 더 기대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공동기획: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전자신문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