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네수엘라 유조선 나포...트럼프 “110만 배럴 원유, 우리가 가질 것”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이 공개한 베네수엘라 유조선 나포 현장. 사진=팸 본디 엑스 캡처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이 공개한 베네수엘라 유조선 나포 현장. 사진=팸 본디 엑스 캡처

미국이 베네수엘라 인근 해상에서 원유를 운송 중인 유조선을 전격 나포하며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10일(현지시간) CNBC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우리는 방금 베네수엘라 해안에서 유조선 한 척을 나포했다”며 “나포한 유조선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유조선에 대해 자세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지만 “매우 타당한 이유로 압류됐다”며 “(선박에 적재된 원유는) 아마 우리가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엔 케이플러(kpler)의 맷 스미스 수석 분석가는 나포된 선박이 남미국가 가이아나 국기를 단 초대형 원유 운반선 '스키퍼호'라며 지난 11월 중순 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110만 배럴의 원유를 선적했다고 전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NYT)에 이 선박에 대해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 PDVSA의 원유를 운반하고 있었다”면서 “국제원유 암시장 네트워크 조사에서 이 선박이 과거 이란산 원유 밀수와 연관된 점이 발견됐다. 실제 등록국이 아닌 다른 중남미 국가의 국기를 달고 있으며 최종 목적지는 아시아”라고 말했다.

앞서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은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수사국(HSI), 해안경비대가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베네수엘라와 이란에서 제재된 석유를 운송하는 데 사용한 유조선 나포 영장을 집행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이 공개한 베네수엘라 유조선 나포 현장. 사진=팸 본디 엑스 캡처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이 공개한 베네수엘라 유조선 나포 현장. 사진=팸 본디 엑스 캡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는 무장한 요원들이 군용 헬기에서 로프를 타고 선박에 내린 뒤, 총을 겨눈 채 조타실로 진입하는 모습이 담겼다.

군 고위 관계자는 CBS에 “이번 작전에 사용된 헬기는 지난달 카리브해로 파견된 세계 최대 항공모함 USS 제럴드 포드에서 이륙했다”며 “이번 작전에 헬기 2대, 해안경비대원 10명, 해병대원 10명, 특수부대원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번 나포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부터 마두로 정권을 '독재'로 규정하고 정권 교체 개입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최근에는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카르텔 수장'이라고 부르고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 카리브해에서 카르텔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한 선박들을 잇따라 격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마두로 정권은 얼마 남지 않았다”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상군 배치 가능성에 “긍정이나 부정으로 단정짓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